[TV 겉보기 속보기]3.맞대응으로 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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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시청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TV가 일제히 아침 뉴스를 보라 하면 뉴스를 틀어야 하고, 미니시리즈를 내보내면 드라마에 붙들린다.

똑같이 오전7시50분에 시작하는 유아 프로그램 'TV유치원' (KBS1) 과 '뽀뽀뽀' (MBC) 를 지나서 아침드라마.주부 대상 토크쇼까지 겹치기의 연속이다.

오후로 접어들어도 만화영화.시트콤.일일극.뉴스.시사프로 등 맞대응 편성은 계속된다.커다란 운동 경기라도 벌어지는 날엔 3사가 일제히 달려든다.

물론 시간대마다 어울리는 장르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 따라 불가피한 겹치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화가 난다.

3개에 불과한 방송사가 그 정도의 조율도 못하는가 하는 아쉬움 같은 것이다.

고의로 맞대응 편성을 감행하는 방송사들의 태도는 더 문제다.

상대사가 자리를 잡은 시간대에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끼워넣고 인기에 편승하면서 경쟁자의 시청률을 깎아내리려는 맞불작전이다.

이번 가을 개편에서도 뉴스.시트콤.오락 프로 등에서 맞편성 현상이 나타났다.

방송사들의 이기적인 경쟁 와중에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만 점점 위축되는 것이다.

'다 망하는 경쟁' 으로 표현하면 지나칠까.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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