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아닌, 직접 만져보고 실험하는 ‘WHY’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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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만화책을 꺼려하는 학부모들조차 선뜻 사주는 만화가 있다. 추천 도서 목록에도 종종 오르는 만화책, 바로 과학학습만화 『Why?』 시리즈다. 지난 2월 2000만 부 판매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책이기도 하다. 그 ‘Why?’가 과학체험전으로 가지를 쳤다. 출판사 예림당이 총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책으로 본 과학 지식과 원리를 첨단 영상과 3D 그래픽 기술로 입체감 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Why?』 시리즈 50가지 주제 중 공룡, 동굴, 바다, 발명과 발견, 사춘기와 성, 유전과 혈액형, 독이 있는 동식물 등 7개 주제를 뽑아 지난달 31일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내 특별전시관에서 막을 올렸다.

체험전의 성격은 책과 일맥상통했다. 책 『Why?』는 만화라는 말랑말랑한 장르지만, 그 내용이 만만치 않다. 유치원생도 척척 읽어낼 만큼 친근한 콘텐트인데, 어른도 몰랐던 정보로 꽉꽉 차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도 은근히 많다.

체험전도 그렇다. 아기자기 꾸며 놓은 외관은 ‘미취학 어린이용’처럼 보이지만, 속내는 퍽 학구적이다. 직접 실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특별히 인기가 있었던 ‘유전과 혈액형’관만 해도 그렇다.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해 DNA 샘플을 만드는 실험. 그 원리는 사실 간단한 게 아니다. 물에는 녹지만 에탄올에는 녹지 않는 DNA의 특성은 알아야 실험용기 속에서 하얗게 떠다니는 물질이 DNA란 사실이 이해가 되는 실험이다.

실험 이후엔 우성ㆍ열성 유전자, 단일인자ㆍ다인자 유전, ABO식 혈액형의 유전 법칙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유럽의 여러 왕실에 혈우병을 퍼뜨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사례도 가계도를 통해 꼼꼼히 전했다. 초등 고학년을 넘어 중학생 수준의 과학 지식이다.

하지만 대부분 유치원∼초등 저학년인 관람객들은 직접 스포이트를 사용해 보는 재미 정도에 만족하는 듯했다. 유전과 혈액형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가 허공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동행한 부모들의 눈빛이 더 빛났다.

한편 동굴과 바다ㆍ공룡을 주제로 담은 전시관은 비교적 유아의 눈높이에 맞는 편이다. 공룡의 생태를 담은 3D 입체영화와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뮤지컬 영상 등이 아이들의 눈길을 잡았다. 관람료 어린이 1만5000원, 중학생 이상 1만3000원.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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