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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13명으로 확대된 국방위, 방북한 클린턴 만찬도 주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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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22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4일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2시간 동안 만찬을 같이했다. 1시간15분 동안의 면담에 이어서다. 그의 만찬 참석은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북한 관영 매체는 단순히 국방위원회가 만찬을 베풀었다고만 전했다. 1998년 헌법에서 최고 군사 지도기관이던 국방위가 4월의 헌법 개정을 통해 군사를 포괄한 최고 국가기구로 승격한 점을 알리려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98년 헌법 체제의 국방위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은 외교 의전상 맞지 않는다.

북한이 올 들어 당·군·정의 조직 개편과 권력 엘리트 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이 후계자로 정해졌다고 국정원이 밝힌 만큼 후계 구도와 맞물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최고 기관이 된 국방위다. 북한은 2월에 오극렬 당 부장을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4월의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부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주상성 인민보안상을 새로 위원으로 선임했다.

기존의 9명 체제에서 13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위원의 면면을 보면 국방위가 군·군수 일색에서 벗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국방위는 그동안 참사와 정책실장 등 세부 조직이 공개되면서 조직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김정운이 국방위의 직책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당과 군 조직의 통폐합도 이뤄지고 있다. 당의 대남 조직이 대표적이다.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대남 공작을 맡고 있는 당 35호실(옛 대외정보조사부)과 작전부가 인민무력부의 정찰국에 흡수 통합되면서 정찰총국이 신설됐다. 당 대외연락부는 규모가 축소돼 ‘202호실’로 바뀌었다. 내각으로 이전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의 대남 기능이 인민무력부로 이관되면서 인민무력부의 위상도 부쩍 강화됐다. 인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올 2월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을 부장으로 임명하면서 김일철 부장을 제1부부장으로 내려 앉혔다. 김일철은 국방위 위원이다. 인민무력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이다. 그래서 현재의 인민무력부 체제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95년 이전의 오진우 부장 시기에 견줘지고 있다. 군권의 일원화 양상은 국가 체계를 정상화하는 작업과 맞물려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 개편과 더불어 이른바 혁명 2세대의 재부상도 주목거리다. 오극렬, 최익규 당 선전선동부장, 박명철 국방위 참사는 한동안 일선에서 물러난 인물들이다. 특히 최 부장 등장 이후 노동신문에 후계 구도를 암시하는 기사가 늘고 있다. 이들의 재등장은 70년대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부상할 때 김일·오진우·임춘추·전문섭 등 1세대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을 연상시킨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경희 당 부장이 15년 만에 등장해 활발한 공개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후계 구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경희는 그동안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이 국방위원에 임명되고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한가지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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