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은행 감원 태풍 뒤 파격인사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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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규모 감원과 조직축소라는 구조조정 태풍이 지나가자 은행가의 인사.조직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지점장을 사내 공개모집을 통해 뽑는 은행도 있고 차장급을 대거 발탁, 전격적으로 지점을 맡긴 곳도 나오고 있다.

조직에도 메스가 가해지고 있다.

신탁.수신.여신부 등과 같이 은행중심이던 부서를 가계.기업.국제금융부 등과 같이 고객위주로 개편하는 것. 이에 따라 모든 부서를 한번씩은 거치도록 돼있는 순환근무제 원칙도 허물어지고 있다.

◇ 과감한 발탁인사 = 서울대병원 구내에 있는 조흥은행 연건동 지점은 총수신액이 1천8백억원에 이르는 1급 점포. 조흥은행은 지난 17일 인사에서 이 지점의 최병옥 차장을 앉은 자리에서 지점장으로 승진시켰다.

옛날 같으면 앞으로도 10년은 변방을 돌아야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근무하던 지점의 차장에서 곧바로 지점장이 된 사례는 이밖에도 세군데나 더 있다.

차장에서 지점장으로 발탁된 사람도 91명에 이른다.

가뭄에 콩나듯하던 여성 지점장도 한꺼번에 4명이나 나왔다.

강남의 1급 점포인 삼풍 지점장으로 발령이 난 이순희씨는 지난 70년 농구선수로 조흥은행에 들어왔다 행원으로 변신한 뒤 이번에 차장에서 곧바로 지점장으로 발탁됐다.

제일은행도 22일 인사를 통해 차장중 51명을 지점장으로 발령냈다.

또 과장 7명이 출장소장으로 나갔다.

과장이 출장소장을 맡는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한일은행은 지점장수를 줄이기 위해 인근 점포 두개를 묶어 겸임 지점장을 내기도 했다.

◇ 지점장 공모 = 서울은행은 이번 명예퇴직으로 80여개 지점장 자리가 비자 3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19일까지 지점장 공개모집을 했다.

지점장이 되고 싶은 사람은 신상 명세서와 앞으로의 지점 운영계획을 제출토록 해 이를 근거로 지점장을 뽑은 것. 80여명 모집에 1백30여명이 응모하자 은행측은 20, 21일 이틀간 면접심사까지 했다.

서울은행은 면접결과를 토대로 26일 지점장 인사를 단행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공석이 된 대전 지점장을 사내 공모를 통해 뽑았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소매금융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4급 (대리나 과장) 여성 가운데 1명을 역시 공모해 출장소장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 고객위주 조직개편 = 상업.한일은행은 내년 1월 합병은행으로 출범하면서 전부서를 가계.기업.국제금융 등 대상 고객별로 재편키로 했다.

예컨대 종전에는 기업 담당업무가 수신.여신.신탁.외환 등 여러 부서에 나뉘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고객별로 통합 운영,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은행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돼왔던 순환근무제도 사라질 것으로 은행측은 보고 있다.

조흥은행은 아예 지점부터 기업형.개인형.혼합형 등 대상 고객별로 분류, 운영이나 관리를 특화 (特化) 하기로 했다.

하나.보람은행과 국민.장기신용은행도 사업부제와 연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 이같은 조직으로 바꿀 계획이다.

정경민.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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