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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언론인 인터뷰 전문 ③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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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대표는 좌파와는 타협하면 안된다는 입장인 걸로 아는데 최근의 이념 대립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정리하면 간단해요. 헌법이 좌우를 가르는 기준이라고 봅니다.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이런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고요, 보다 본질적인 것은 국가 정통성이죠. 대한민국 헌법 1조, 3조, 4조가 중요합니다. 한 마디로 묶으면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국가’다, 또 헌법에 쓰여져 있지는 않지만, ‘우리 민족사에서 유일한 정통국가’라는 겁니다. 그리고 반드시 자유통일을 하되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 북한 노동당 정권을 평화적으로 해체해서 자유통일을 한다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 헌법에 나타난 국가의지이고 국가목표입니다. 이건 아무도 수정할 수도 없어요. 헌법 개정 불가 사항입니다. 보수세력은 이걸 믿는 사람이에요.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진실에 기초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이념이 좋다해도 거짓말이면 그걸 따라가선 안 되죠. 저는 진실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진실·정의·자유, 이게 우리 헌법에 담겨 있는 3대 가치죠."

-그럼 좌파는 뭡니까.
“이론상으로는 친북좌파와 반북(反北)좌파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나 한국사회에선 ‘반북좌파’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북좌파라고 하면서도 친북좌파와 똑같이 행동해요. 진보신당이 반북좌파라고 해서 민노당에서 나갔는데, 그 뒤에 행동하는 걸 보면 친북좌파를 따라가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친북좌파 이외의 좌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친북좌파는 대한민국의 헌법에 담겨 있는 정통성과 정체성과 가치를 인정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우를 기준은 헌법입니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인정하지 않으니 타협할수 없다는 건가요.
“사실관계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지면 여기에 대해 동의하고 그 다음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친북좌익 세력이란 사람들과 대화를 해 본다든지, 그 사람들 행태를 보면 사실에 대한 합의가 불가능해요. 남북관계에 있어서 사실에 대한 합의는 뭡니까.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700만 명(한국전쟁 300만 명, 아사자 300만 명, 강제수용소 희생자 100만 명으로 추산)의 인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데 책임이 있는 정권입니다. 민족반역자 아닙니까. 그런데 김정일 정권하고 손 잡고 ‘우리 민족끼리 하자’ ‘민족공조 하자’는 것을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았습니다. 민족 반역 집단과의 ‘민족공조’를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아서 6.15 선언의 제일 첫 문장에 나오게 만들었단 말입니다. 그럼 이걸 지지하는 세력, 즉 김정일을 민족반역자로 안 보겠다는 세력과 무슨 타협이 있고 대화가 되겠습니까?"

-헌법을 인정하지만 평등과 분배에 강조점을 두는 이들도 많지 않나요. 이런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 사람들은 우리 편이죠. 대한민국에 적대하지 않으면 우리 편이에요. 경제적, 사회 복지적 면에서의 좌파는 정책적 문제입니다. 저도 경제적, 사회 복지적 부문에선 평등 지향적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 한국에서 복지정책을 제일 많이 편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에요. 1977년 7월 1일 날 의료보험을 처음 시작한게 박대통령 아닙니까. 그게 한국사회 복지부문의 획기적인 일 아닙니까. 한국사회에서 복지부문은 돈 많이 번 보수세력이 자기들끼리 갈라 먹지 않고 못 사는 사람들 도와주자고 해서 77년부터 의료보험을 시행한 겁니다. 복지에 대해 한국 보수세력은 아무 컴플렉스도 없어요. 한데 좌파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정통성에 대해, 그거야 헌법에 적힌 대로 하겠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의외로 적어요. "

-조 대표가 규정하는 ‘친북·종북 좌파’ 세력은 얼마나 되는 것 같습니까?
“굉장히 많아요. 6.15선언이 만악(萬惡)의 근원입니다. 폐기 해야 됩니다. 첫째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입니다. 6.15선언 2항은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 수단인 ‘연방제 통일안’을 우리가 대폭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대로하면 대한민국이 적화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그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적화통일하자는 말 대신에 ‘6.15선언 실천하자’는 말을 씁니다. 6.15선언 실천이 남북한 좌익들 사이에 ‘연방제 적화통일’이라는 말의 암호로 됐습니다. 6.15선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을 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6.15선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민노당·민주당, 그리고 대부분의 친북좌익세력들, 또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 그러면 굉장히 많은 거지요. 1980년대에도 여론조사를 해 보면 북한이 더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한 5%는 있었습니다. 민주화가 되면서 이 세력이 점점 더 커졌어요. 2001~2003년 사이 여론조사에서 김정일을 ‘선(善)’으로 보느냐 ‘악(惡)’으로 보느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선’으로 본다’는 사람들이 항상 10%에서 많을 땐 15%였어요. 김정일을 ‘선’으로 본다면 종북세력인데 이들이 10~15%라는 겁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이게 가장 과학적 데이터라고 봅니다.

-6.15선언을 남북한이 잘 지내자는 것 정도로 알고 지지하는 사람도 많은데 종북세력이라고 하는건 심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건 아니죠. 저는 헌법에 반하는 통일방안을 의식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을 종북(從北)이라고 봅니다. 민노당에서 핵심적으로 일했던 사람이 나오면서 민노당은 주사파가 주도한다고 폭로한 적이 있어 종북이란 말이 유행한 것 아닙니까. 정치인·공직자 중에 종북인사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엔 마르크스주의자거나, 민족을 앞세우고 외세를 배격하자고 생각하다가도 나이가 들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선 관대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과거에 한 때 좌경 낭만주의로 갔던 시절, 젊은 사람들은 다 그런 경험 있지 않습니까?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 미국의 문예비평가 에드먼드 윌슨(1895~1972)이 쓴 『핀란드 역으로』(당시엔 『근대혁명사상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를 읽고 트로츠키 이런 사람들이 근사하다고 느낀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 소련·동구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김일성·김정일의 악행이 다 드러났는데도 종북을 하고, 이들이 정치, 언론에 들어가 있고, 교단에도 선다면 큰 일이죠. 그런 사람들까지 관대하게 우리도 한 때 그랬다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북한의 지령을 받거나 간첩과 접촉하는 이들이 많다고 봅니까?
“민노당과 관계된 간첩사건이 많았지 않았습니까? 2006년의 일심회 사건이라든지, 그 앞에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민노당 강령이 ‘사회주의 지향’ ‘연방제 통일 찬성’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어요. 이거 북한의 대남공작 노선과 똑같습니다. 민노당은 위헌 정당이기 때문에 해산돼야 합니다. 헌법 제8조 위반입니다.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입니다. MBC가 허가 취소돼야 하듯이, 전교조가 해산돼야 하듯이, 민노당은 대통령이 해산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게 자발적 간첩입니다. 주사파 교육을 받으면 마음 속에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경계심과 증오심이 없어지고, 미국과 대한민국에 대한 증오심은 있어요. 북한에선 그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간첩 보낼 때 주사파 운동 전력가들과 접촉하라고 합니다. 그럴 때 신고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 거대한 친북 조직, 쉽게 말해서 1990년대 이전의 조총련 세력이 한국 안에 생겼다고 보면 돼요. 우리나라에서 잡힌 간첩 중 조총련을 거쳐서 들어온 간첩이 3분의 1쯤 됐습니다. 조총련은 약화된 대신에 한국에 주사파라는 제2의 조총련 세력이 생긴 거죠."

-지금 친북좌파가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우리사회 전체 흐름으로 볼 때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는 입장도 있는데요.
“막연한 낙관론을 주장하면서 자기 자신은 반(反)헌법 세력과 맞서는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는 게 가장 비겁합니다. 그런 사람들 많아요. 또 그런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선 보수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게 한국 보수세력의 큰 약점이죠. 싸우지 않는 보수가 가장 문제예요. 절대로 낙관론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북한이 저렇게 오래 계속됩니까?"

-적극적으로 싸워 나가야 한다는 건가요.
"거짓말에 구체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반박되지 않는 거짓말은 진실로 통용되는 게 정치의 세계 아닙니까? 그게 공식적으로 된 게 작년 광우병 사태 아닙니까? 대통령이 반박을 하지 않으니까 MBC의 거짓말이 진실로 통용이 돼가지고 국민을 속이고 해서 한국사회를 3개월 동안 마비시켰잖아요. "

대담=김종혁 문화스포츠 에디터
정리=배노필, 사진=김상선 기자 penbae@joongang.co.kr>

☞조갑제 대표=1945년 생. 부산 출신으로 당시 국립 부산수산대(현재 '부경대')를 다니다 국제신보(현재 '국제신문'으로 제호 변경)에 입사해 언론인 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마당 편집장과 월간조선 편집장을 거쳤다. 현재 조갑제닷컴 대표. 전 13권에 달하는『박정희 전기-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를 포함해 다수의 책을 냈다.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유고-10.26사건의 기록』(전2권) 『고문과 조작의 기술자들』 『김대중의 정체』등.

▶ 조갑제 인터뷰 4편 보기

▶ 조갑제 인터뷰 1편 보기

▶ 조갑제 인터뷰 2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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