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국 자동차사 포함 3~4곳, 쌍용차 인수 의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쌍용자동차의 이유일(66) 공동관리인은 노사 간 극적 타결이 이뤄진 6일 “국내외 3~4곳에서 인수 의향을 내비쳐 매각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 이름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 곳은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국내 중견 그룹이고 나머지는 해외 업체”라며 “관심을 보인 외국업체 중에는 사모펀드 형태의 금융회사도 있지만 유명 자동차 회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쌍용차의 인력 구조조정이 완결된 것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쌍용차는 노조의 장기파업 진통을 겪으면서 생산직은 40%, 관리직은 20%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다.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노조가 공장을 장기 점거했을 때도 ‘파업만 타결되면 해외 매각은 자신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

민유성 한국산업은행장도 최근 “쌍용차 파업 사태가 해결되면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뉴 쌍용차’로 거듭나기 위해선 매각이 지름길이다.

쌍용차는 다음 달 15일 법원 채권단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을 내기로 했다. 노사가 대치하던 지난달 말에는 회생계획안 대신 청산계획안을 낼 방침이었다. 하지만 노사 협상이 타결돼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진 만큼 고정비 부담이 줄어 회생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쌍용차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고 내수 판매가 정상화되면 내년 초부터 매각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이달 말께 생산을 재개한 뒤 다음 달부터 매달 5000대 이상 국내외 시장에서 차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연말에는 내수 판매만 3000대를 넘겨 소폭이라도 월별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직원들은 현재 “이제는 땀을 흘려야만 살 수 있다”며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쌍용차는 올해 7월까지 1만3091대(수출 포함)를 팔았다. 연말까지 3만 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각오다. 인력 구조조정 이전 쌍용차는 월 1만 대를 팔아야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이 완료돼 앞으로는 월 4000대 이상만 팔면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300개에 달했던 판매망이 현재는 140여 개 수준으로 줄었다. 판매망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태다. 최상진 기획담당 상무는 “주문을 받아놓고도 출고하지 못한 내수 물량은 현재 1800대이고, 수출 물량은 2500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강점은=쌍용차는 1980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과 변속기 기술을 받아들여 승용차를 제작한 회사다. 세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벤츠가 파워트레인(동력장치) 기술을 제공한 회사다. 유럽에서는 쌍용차 렉스턴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파워드 바이 메르세데스-벤츠’라고 써 붙여 다니는 차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해외에서는 쌍용차의 파워트레인에 대해선 알아주는 셈이다. 더구나 쌍용차는 미국 GM 계열사인 GM대우와 달리 자체 해외 판매망이 있다. 쌍용차가 연산 22만 대 공장과 연구소, 해외 판매망 등이 있는 것은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쌍용차의 회생을 가늠할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C200(프로젝트명)’은 매각 성사 여부의 포인트다. 이 차 출시는 파업으로 인해 내년 초에서 내년 6월로 연기됐다. 현재 프로토 타입(시제작차) 형태로 해외에서 주행 테스트 중이다. 쌍용차 매각이 본격화하려면 C200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내수에서 월 2000대 이상 팔리는 게 성공 여부의 기준치다.

◆현금흐름 좋아져야=전문가들은 쌍용차 매각이 성공하려면 우선 현금흐름이 좋아져 월별 영업이익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정택(자동차 컨설턴트)씨는 “쌍용차의 기술력과 생산 규모는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중하위권이지만 벤츠와 기술 제휴를 한 점과 디젤 기술만큼은 경쟁력이 있다”며 “현금흐름만 좋아지면 매각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요코하마국립대의 조두섭(경영학) 교수는 “영업이익이 나지 않으면 아무리 요소 기술(디젤 등)이 좋아도 해외 업체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며 “구조조정으로 원가부담이 줄어든 만큼 하루빨리 판매 정상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판매가 회복되더라도 매각 가격도 문제다. 인수 의향자들이 헐값에 인수하려 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2005년 상하이차가 지분 50%를 6000억원에 인수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매각 대금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