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을 향해 날아간 이카로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승산, 40쪽, 1만2000원
그리스 신화 이카로스의 이야기다. 이론 물리학자인 저자가 이를 SF 그림책으로 재해석했다.
주인공은 미래 소년 이카로스다. 우주탐사선 프록시마호에서 태어났고, 우주선 안에서 죽을 운명이다. 왜냐. 어느 날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별에서 희미한 라디오파 신호가 지구로 날아왔다. 그곳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신호다. 사람들은 일단 프록시마별로 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구에서 프록시마별까지는 40조 킬로미터. 한 사람의 일생 안에 도달할 수 없는 거리다. 출발한 사람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 후손이 프록시마별에 도착할 수 있다. 이카로스의 증조할아버지가 탐사선을 타고 떠났다.
이카로스는 평생 우주선에서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소형탐사선 런어바웃을 타고 블랙홀로 향한다. 이카로스는 블랙홀의 중력에 빠져들지 않는 안전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했다. 하지만 블랙홀 주변에서는 시간이 느려진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가 블랙홀 비행을 끝내고 돌아왔을 땐 이미 1만년이란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야기 속에는 상상력과 모험심·호기심 등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고대 이카로스의 운명과 달리 100% 비극으로 끝나지 않아 더욱 흥미롭다. 그 속에서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손에 잡힌다.
“이야기 형식을 통해 과학을 보다 쉽고 감성적으로 접하게 될 것”이란 저자의 장담이 충족되는 순간이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