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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의 꿈, 서둘지는 않겠다는 드림보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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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10면

9일 샤롯데 극장에서 막을 내리는 뮤지컬 ‘드림걸즈’는 2월 초 개막 이래 무대 안팎에서 많은 눈길을 모았다. 특히 브로드웨이를 겨냥한 신작 뮤지컬의 세계 초연을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로 한다는 점은 본고장 미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미국 프로듀서 존 브릴리오와 손잡고 이 대담한 시도를 성사시킨 이는 신춘수(42·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국내에서는 이미 젊은 제작자 그룹의 대표주자로 꼽혀 온 인물이다. 그동안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등 여러 히트작을 냈다. ‘드림걸즈’로 미국 무대 입성을 앞둔 그를 5일 만났다. ‘드림걸즈’는 현지 배우들로 출연진을 꾸려 11월 뉴욕 아폴로 극장부터 미국 순회공연을 시작한다.

한국서 세계 초연한 ‘드림걸즈’ 들고 미국 가는 신춘수 대표

“이번에 큰 흥행수익을 올리진 못했어요. 적자? 그건 아니고, 본전 아니면 아주 조금 남을 걸로 예상합니다. 비수기에, 또 경기가 어려울 때 이만큼 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지만 그 밖에 유·무형으로 얻은 것은 상상보다 훨씬 큽니다.”

무형으로 얻은 것의 단적인 예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관계자들에게 제작자로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이다. ‘드림걸즈’의 한국 초연 소식은 뉴욕 타임스·AP통신 등 해외 언론에도 보도됐다. 한·미 합작인 만큼 미국 공연에 따른 추가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 “계산법이 복잡한데, 수익의 대략 20%가 좀 못 되게 받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익과 별도로 공연마다 5%쯤의 로열티도 있고요.”

그는 “미국은 우리와 제작비 구조나 로열티 계산법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공연 기간 전체 비용을 한 모둠으로 계산하지만, 미국에서는 공연 전까지의 비용과 이후 운영비를 따로 본다는 것이다. 예컨대 ‘드림걸즈’의 미국 공연 전까지 제작비는 600만 달러 선인데, 여기에 출연료 등 매주 운영비용으로 50만 달러씩이 추가된다. 자연히 흥행 전망이 어두운 작품이라면, 일찌감치 막을 내리는 것이 더 큰 손해를 막는 지름길이다.

신 대표는 이미 이를 체험했다. 올 초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현지 뮤지컬 ‘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를 통해서다. ‘드림걸즈’ 덕분에 그를 알게 된 미국 측의 제안으로 투자에 참여, 미국 프로듀서 네 명에 이어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출연진이 단 2명뿐인 이 대담한 작품은 본 공연 시작 이틀 만에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작품은 좋아요. 나중에 제가 직접 연출해 한국에서 공연해 볼 생각입니다.” 이 황당한 경험을 들려주는 그의 말투가 의외로 느긋하다. 듣자니, 20대 시절의 그와는 퍽 달라진 모습이다.

“저는 꿈과 현실의 괴리로 방황하는 전형적인 젊은이였어요. 꿈만 컸지, 그걸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대신 (두 팔을 한껏 펼치며) 이렇게 점프하고 싶어했죠. 일찍 독립한 것도 그래서였어요(그는 선배 제작자 설도윤씨 밑에서 일하다 2001년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 빨리 1등이, 어린 나이에 성공한 사람이란 소리가 듣고 싶었던 거죠.”

마음이 급했던 만큼 과거의 그는 몸 돌보는 일이 뒷전이었다. 2004년 심장판막 수술을 받으면서 다섯 번이나 날짜를 연기한 일도 있다. 수술 전날까지 일을 한 건 물론이다. 수술 이후에도 혈전을 막기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거르곤 했다. 그 결과 그해 연말 뇌경색으로 또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이제는 건강도 회복했고, 생각도 달라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바로 눈앞의 걸로만 판단을 내리곤 했어요. ‘드림걸즈’는 처음부터 2, 3년 앞을 내다보고 시작한 작품입니다. 미국 공연 후에 아시아, 다시 한국 공연까지요.”

요즘도 일에 바쁘긴 해도 그는 쉬는 것 역시 게을리하지 않는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도 경원대 국문학과에 다니는 것은 그래서다. “저한테는 재충전이자 휴식이에요. 제작자에게 중요한 건 기본입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려면 기본을 계속 채워야죠. 그게 인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드림걸즈’=1980년대 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2006년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흑인 여성 3인조 그룹 ‘드림걸즈’의 성공과 갈등을 그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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