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리미어리거 이청용의 아버지가 본 “내 아들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청용은 프로에 입문한 지 7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사진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고별전을 치른 지난달 19일 강원전. [중앙포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지만 아버지가 보기에 이청용(21·볼턴 원더러스)은 아직 어린애다.

“프리미어리그 입단요? 중학교를 중퇴하고 FC 서울에 보냈을 때랑 기분이 비슷합니다. 좋기도 하지만 걱정이 더 됩니다.”

이청용의 아버지 이장근(49)씨를 만났다. 이씨는 “애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거지, 내가 한 게 아닌데”라며 수차례 인터뷰를 고사했다. ‘자녀를 축구선수로 둔 부모님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는 말에 이씨의 마음이 움직였다.

아들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대다수의 부모처럼 이씨도 반대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중장거리 육상선수였던 그는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청용이가 초등학교 때 반장은 못했지만 부반장은 했다. 계속 공부를 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외향적일 것 같지만 박지성처럼 의외로 내성적인 경우도 많다. 이청용도 그렇다. 이씨는 “청용이는 내성적이지만 승리욕이 강하다. 볼턴에 메디컬 테스트를 받으러 간다는 사실을 하루 전날 알려줬다. ‘정말이냐’고 되물으며 좋아하는 기색이었지만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대신 속으로 세운 목표에 대한 집착은 강하다. 이씨는 “청용이는 갖고 싶은 물건은 꼭 손에 쥐고 만다”고 슬쩍 흉을 보면서도 “쉬는 날에도 빠지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고 대견해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자기관리도 철저하다. 이씨는 “청용이는 명절 때 친척 어른이 건네는 술도 마신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청용이 대신 내가 술에 취할 때가 많다”고 껄껄 웃으며 “2007년 캐나다 청소년 월드컵을 마친 후 몇몇 선수가 주동이 돼 술을 마시는 뒤풀이를 한 적이 있다. 청용이는 그 자리에 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담배도 물론 안 피운다. 잉글랜드행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김승태씨는 “잉글랜드에 가면 동료와 적당히 어울릴 수 있게 경기 후 맥주 한잔 마시는 것 정도는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출세한 청용이가 ‘아버지, 이젠 그만 고생하세요’라고 하지 않더냐”고 묻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며 “휴가 중이라 이 자리에 나올 짬을 냈다. 내 인생이 청용이 때문에 바뀌지는 않는다”고 했다. 인쇄업을 하는 그는 “청용이가 잉글랜드에 가서 집도 구하고 자리를 잡으면 구경 삼아 한번 놀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씨는 FC 서울 홈경기가 열리면 본부석 2층 구석에서 말없이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던 ‘조용한 관찰자’였다. “축구에 대해선 우리 집에서 청용이가 제일 전문가다. 또 주변에 훌륭한 지도자가 많아 내가 뭐라고 말할 게 없다. 그저 부상이나 당하지 않도록 비는 것밖에 한 게 없다”고 했다. ‘청용이가 때때로 독한 파울을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아픈 곳을 찌르자 “아직 어려서 그렇다. 내 아들의 파울로 다친 선수들의 부모님들께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했다.

이씨는 “청용이는 운도 좋았다. 귀네슈 감독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후보 신세일 수도 있다. 대표팀에 발탁한 허정무 감독도 너무 고맙다. 또 박지성·이영표 등 선배들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청용이에게도 길이 열렸다”며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축구 말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원하는 게 하나 더 있다. “청용이가 중학 중퇴라는 얘기가 오르내릴 때마다 속상했다. 잉글랜드에 진출했으니 이젠 학업도 다시 하길 바란다.”

취업비자 수속을 밟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이청용은 9일 고별 공식 인터뷰를 한 뒤 다음 주초 잉글랜드로 떠난다.

이해준 기자

◆이청용은 …

-생년월일 : 1988년 7월 2일

-체격 : 180㎝, 69㎏

-포지션 : 측면 공격수

-A매치 데뷔 : 2008년 5월 31일 요르단전

-A매치 기록 : 15경기 2골

-K-리그 : 68경기 12골

- 가족 : 이장근(49), 박미애(47)씨의 1남1녀 중 장남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