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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공동 해난구조 합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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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 금강산 관광선의 구난 (救難) 을 이유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측이 우리 군경 병력과 함정의 북한영해 진입을 허용한 것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예고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현대와 북한측은 금강산 관광선에 좌초.테러 등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남북한 군경이 사고지역에 함정을 파견, 공동구조작업을 전개키로 하고 있는데 아무리 유사시를 상정한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의미를 지니는 것임은 분명하다.

군함은 함장의 동의없이 운항지역 국가나 정박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불가침의 권한을 국제협약에서 부여받고 있다는 점도 이 대목에서 상기할 부분이다.

북한이 이처럼 '남조선 군함' 의 영해진입을 받아들인 것은 금강산 관광사업의 성사를 위한 고육지책 (苦肉之策) 이라 할 수 있다.

그 만큼 사업성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9억4천만달러의 이용권 수입 등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금강산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터다.

사실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 문제는 사업추진 초기부터 우리 정부가 가장 신경을 써야했던 대목. 북한은 지난 6월 사회안전상 백학림 명의의 신변안전 보장각서를 보내왔지만 우리 정부는 좀더 확실한 신변안전 보장책을 요구했다.

이에 북한은 지난 23일 평양방송을 통해 신변안전 보장을 재차 다짐하기도 했다.

선박운항중 사고발생시 북한 영해 내의 우리 국민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신변안전 보장방안 중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은 이러한 우려가 높아지자 지난 23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금강산 유람선 운항과 관련, 발생할 수 있는 해난사고 등 각종 비상사태에 대비해 여러가지 대비방안을 강구 중" 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강산 관광선은 동해항 출발 때부터 1함대사령부 소속의 우리 군함 호위를 받게 되며 군사분계선에서 북측에 인계된다.

북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함을 동원, 관광선을 목적지인 장전항까지 안내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신변안전보장 방안중 핵심사안이던 긴급구난이 우리군의 북한영해 진입 합의로 일단 실마리가 풀렸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정부 당국간의 협의과정에서 몇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우리 군함이 북한 영해에서 태극기를 다느냐의 여부도 그중 한가지. 장전항 공사선박이나 금강산 유람선의 경우 백색 바탕에 하늘색 한반도 모양이 그려진 깃발을 달고 운항토록 돼있지만 군함이 국기를 달지않고 운항한다는 것은 사실상 주권포기 행위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군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남조선 군함' 의 영해진입을 허용하는 양보를 한 북한측으로서도 태극기 게양만큼은 곤란하다고 맞설 게 분명하다.

비무장의 수준을 어떻게 하느냐도 협상을 어렵게 하는 문제다.

군당국은 작전중인 군함을 유사시 사고해역에 파견하기 위해서는 일정의 무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북한측은 비무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현대와 북한은 긴급구난 상황 외에 관광중 발생하는 일반적인 분쟁은 30일 내에 협상으로 해결하되 그렇지 못할 경우 중국 베이징 (北京)에 있는 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의 중재를 통해 해결키로 합의했다.

이영종.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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