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돈 만들자' 재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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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액지폐 발행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사용이 늘고 있지만 쓰기에 불편하니 차제에 5만원 또는 10만원권 화폐를 발행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엔 인플레 우려가 거의 없는데다, 침체된 소비를 촉진할 필요도 있어 적기라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26일 "한국은행과 구체적으로 발행 문제를 협의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 라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법 등 여건이 마련되고, 여론이 모아지면 검토할 수 있을 것" 이라며 "새로운 화폐 발행을 위해서는 정부 승인이 필요하므로 먼저 정부가 결심해줘야 한다" 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함준호 (咸駿浩) 박사는 "수표를 쓸 때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화폐보다 거래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며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10만원권 화폐를 고려해볼 만하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재경부 국감에서 박정훈 (朴正勳.국민회의) 의원은 "1만원권 화폐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백달러이던 지난 73년 처음 발행된 것으로, 경제규모가 커진 지금은 고액권으로서의 기능을 못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고액권이 1만원으로 제한되면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발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또 수표는 사용할 때 일일이 배서를 해야 하고 안받는 곳도 많은 등 쓰는데 불편이 많은데다 발행비용 (27원) 과 금융기관 추심.송금.교환수수료 (장당 평균 8백50원)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반면 1만원권 화폐는 장당 80원의 발행비용만 들어간다.

지난해 1만원권 발행비용은 약 2천2백억원이었고, 10만원권 자기앞수표는 발행.거래비용으로 약 8천억원이 들어갔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법 등이 제대로 제정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10만원권 화폐가 나오면 뇌물이나 음성거래 규모가 커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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