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칙금 보험' 적법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교통범칙금 보험업은 불법인가 합법인가' . 올들어 국내에 등장한 교통법규위반 범칙금 보험이 운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 수사에 나서 적법성 논란이 본격화됐다.

교통범칙금 보험이란 가입자가 연회비 6만~9만원을 내면 보험업체가 횟수나 액수에 관계없이 단순 법규위반 범칙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제도. 무인단속 카메라 증설 등으로 교통법규 위반 적발건수가 증가하면서 인기를 끌어 전국에 30여개사가 영업 중이며 가입자는 10만여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시경은 최근 이들 보험업체에 대한 단속에 나서 25일 가입자가 9천8백여명인 한국운전자보장.그린피아써비스 등 3개 업체 대표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는 이들 업체가 보험업법에 규정된 재정경제부장관의 사업허가 및 상품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실제 배경은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부추겨 교통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고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검찰은 그러나 "이들 업체가 보험회사로 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종합파이낸스 업체로 법인설립이 돼 무허가 영업으로 단정하기 어려우며 지금까지 가입자들의 피해가 없다" 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하고 재수사를 지시했다.

보험업무 주무부서인 재정경제부도 "전례가 없어 심의를 해야 공식적 입장을 밝힐 수 있으나 허가 보험업체가 교통범칙금 대납 보험에 대한 상품허가를 신청했을 경우 무조건 불허할 수는 없다" 는 입장을 밝혀 적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또 현행 보험업법엔 보험에 대한 정의가 뚜렷이 규정되지 않아 종합파이낸스회사들이 교통법규 위반자의 범칙금을 대납해주는 것이 보험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일고있다.

교통법규 위반을 조장한다는 경찰의 주장도 논란거리다.

업체 관계자들은 "교통법규 위반엔 벌점이 병과돼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될 수 있으므로 운전자들이 보험만 믿고 법규를 마구 위반할 것이란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 이라며 "외국에서는 이미 이 상품이 일반화된 상태" 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수년전 교통범칙금 대납상품이 등장, 비윤리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지난해부터 정식허가를 받아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교통범칙금 대납업체들의 자본금이 빈약해 가입자들의 교통법규위반이 1인 1건 이상 되면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 며 일단 3개 업체 대표 등을 불구속입건하고 보강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적법성 논란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업체들이 영세한데다 이미 범칙금을 대납한 경우가 많아 회비 반환과정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