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세 안낸다'소문에 앙심 인질극 6일 집주인 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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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점포 임대료를 못내 쫓겨난 40대가 건물주를 살해하고 건물주 가족을 감금, 6일동안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25일 오후 4시15분쯤 전남순천시행동 조영간 (趙榮干.59.상업) 씨의 4층짜리 주상건물에 경찰특공대원 7명을 투입, 趙씨의 아들 용준 (容晙.27) 씨를 인질로 잡고 대치중이던 김성수 (金成秀.44.무직.주거부정)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건물 2층 빈 점포안 다용도실에서 손발이 노끈으로 묶이고 머리를 흉기에 맞아 숨져 심하게 부패된 趙씨를 발견했다.

경찰조사 결과 범인 金씨는 趙씨를 감금 첫날인 19일 오후 7시쯤 둔기로 때려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金씨는 경찰에서 "사건현장 인근에 있는 趙씨 소유 다른 건물 점포를 97년 6월 임대, 비디오방을 하다가 몇개월째 60만원씩의 월세가 밀려 지난 9월 쫓겨나 趙씨에게 앙심을 품었다" 고 말했다.

金씨는 아는 여자가 빌린 사건현장 건물 2층 점포에 기거하면서 비디오방 월세문제를 놓고 趙씨와 자주 다퉜으며, 趙씨가 퍼뜨린 "임대료를 안낸다" 는 소문으로 인해 인근 당구장과의 구두계약이 깨지자 趙씨에게 불만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金씨는 趙씨를 살해한 뒤 3층 살림집으로 올라가 趙씨의 아내 염정영 (廉正英.54).딸 문영 (文英.24).아들의 손발을 노끈과 철사로 묶어 각각 감금했다.

金씨는 21일부터는 가정용 LP가스통 3개를 배달시켜 거실에 놓고 趙씨 가족들을 위협했다.

金씨의 인질극은 廉씨와 딸이 25일 오전 2시20분쯤 金씨가 용준씨를 데리고 4층으로 올라간 사이 탈출,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이에 앞서 22, 23일 용준.문영씨가 각각 병원치료와 학교일로 잠시 집을 빠져나왔지만 가족이 걱정돼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직후 사건현장 주변에 경찰관 80여명을 배치, 범인과 휴대폰으로 자수를 권유하다 金씨가 LP가스통을 폭파시킬 경우 피해를 막기 위해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살인.불법체포.감금 혐의로 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순천 = 이해석.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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