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그룹 3사 워크아웃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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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남반도체.아남전자.아남환경 등 아남그룹 계열 3개사가 24일 주 채권은행인 조흥은행에 자진해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 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조흥은행은 이들 3개사를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해 각 채권 금융기관에 통보했으며, 이들 회사는 구조조정협약 적용기간중 은행에 지급제시된 융통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더라도 부도를 유예받는다.

아남측은 또 "3개사 외에 아남건설은 이날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나머지 10개 계열사는 주력기업인 아남반도체에 합병하거나 정리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재계 서열 21위였던 아남그룹은 3개 계열사 중심의 소그룹으로 축소 돼 30대 그룹에서도 탈락하게 됐다.

이와 관련, 조흥은행 관계자는 "아남이 외자유치를 통한 자력 회생을 추진해왔으나 계열사간 빚보증 때문에 차질을 빚자 워크아웃을 신청해왔다" 며 "최근 고합그룹이 워크아웃으로 회생 가능성이 열리자 선뜻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고 설명했다.

◇ 왜 워크아웃 신청했나 = 외자유치를 통해 자력 회생을 모색해온 아남그룹이 워크아웃을 자진 신청한 것은 계열사 빚보증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외자유치가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남은 지난 9월부터 4개 반도체 조립공장중 하나를 미국 샐러먼 스미스바니 증권사와 보스턴은행에 파는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아남반도체가 아남전자.아남환경.아남건설 등 3개 계열사에 서준 빚보증 (1조원) 때문에 공장을 팔 수 없게 된 것.

아남은 특히 96년 부천 비메모리반도체 공장에 1조2천억원, 광주 반도체 조립공장에 4천억원 등 1조6천억원을 투자했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가 터지면서 환율이 급등, 달러로 빌려온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총부채가 3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아남반도체의 부채비율은 96년말 4백29%에서 97년말 현재 2천1백67%로 무려 5배나 높아진 상태. 여기에다 건설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아남전자.건설.환경 등 3개 계열사에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계속 자금을 대줘야 해 경영난을 겪어왔다.

◇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 = 아남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당장 국내 반도체산업이 타격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남반도체는 조립 전문업체이고 생산량의 95% 이상을 수출하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

하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아남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주문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이럴 경우 국내 반도체 전체 생산량 (97년 1백70억달러) 의 절반을 차지하는 조립산업의 비중이 떨어지면서 반도체산업이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 향후 처리방향 = 아남 관계자는 "반도체 전문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인 만큼 반도체분야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남은 14개 계열사중에서 아남반도체.아남전자.아남환경.아남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계열 6개사만 남기고 나머지는 분리 또는 청산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하고 외자 (약 6억달러) 를 유치, 반도체 전문그룹으로 재탄생한다는 계획이다.

아남그룹은 68년 국내 처음으로 반도체사업을 시작한 아남반도체와 아남전자.아남건설 등 14개 계열사에 1만3천8백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60억달러, 올해는 75억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정경민.김종윤.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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