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실력 없이 설 땅 없다” 영어교사는 열공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서울 서라벌고 영어교사 윤연모(50·여)씨는 7월부터 한양대 TESOL(영어 전용교사) 자격증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윤씨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가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1학기 때는 매일 영어회화학원에 다녔다. 윤씨는 “예전에는 교사들이 (공부) 안 해도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미동초등학교 영어 전담교사 오은주(41·여)씨는 지난달 27일부터 국제영어대학원대학에서 영어 교습법 연수를 받고 있다. 학기 중에는 인터넷으로 영어 강좌를 들었고, 매일 아침 EBS 영어회화 방송도 챙겨 들었다. 교육청 주관 영어워크숍에도 빠지지 않는다. 오씨는 “6개월마다 TEPS 어학 시험을 본다”며 “영어 능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교사들에겐 자극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교사들이 ‘열공’ 중이다. 교육청 주관 직무연수는 기본. 영어회화학원이나 대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사교육에 밀리는 학교 영어가 살려면 교사부터 실력을 키우라는 학교 안팎의 압박이 이들을 움직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영어교사 12개 연수 프로그램에 7500여 명이 영어 공부에 매달려 있다. 지난달 27일 개강한 대학위탁 직무연수에는 초등교사 260명 모집에 450여 명이 몰렸다.

영어교사들은 현 정부 들어 공부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교사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높여 학교에서 영어를 익힐 수 있게 하겠다는 정책이 시행되면서다.

이번 2학기에 도입되는 몇 가지 새로운 제도도 교사들의 여름방학을 바쁘게 했다.

9월 서울 지역 영어교사를 상대로 처음 시행되는 TEE(Teaching English in English) 인증제도가 그것이다. 영어로 수업하는 능력을 진단해 교사들에게 수준별 인증서를 발급하는 제도다. TEE 인증 결과는 인사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2012년까지 모든 영어교사가 TEE 인증을 받게 할 계획이다.

또 9월 전국 학교에 투입될 영어회화 전담강사가 영어교사들을 긴장시킨다. 이들은 원어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현직 교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경기도 고양시 나해은(27·여) 교사는 “CNN이나 AFKN 뉴스를 받아쓰고 동료 교사들과 영어신문 독해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어회화에 자신이 없는 일부 교사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서울 I고교 홍모 교사는 “TEE 인증제가 도입되면 다른 교과 전환을 고민하는 교사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덕여고 유지형(51) 교사는 “영어로 수업할 능력이 있어도 영어로만 가르치면 학습효과가 떨어진다”며 “회화만 가지고 시험을 볼 수도 없는데 영어로 하는 수업을 지나치게 강조한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하태현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