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휴대폰·PC, 발효 즉시 관세 없이 수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이번에 한국과 인도 간에 타결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양국 간 관세 철폐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 사실상 같은 성격의 협정이다. 다만 인도 내에서 개방에 대한 반감이 있어 다른 용어를 택해 쓴 것이다.

이번 협정에 따라 업체들의 손익 계산도 분주해졌다. 일부 완제품의 경우 아예 협상 대상에서 빠졌거나 관세 철폐 기간이 너무 길어 협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매년 7% 이상 성장하는 인구 11억4900만 명의 거대 시장을 공략할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제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성명을 내고 “중국·일본보다 먼저 브릭스(BRICs) 국가 중 하나인 인도와 협정을 체결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선점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도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인도 경제지인 민트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국같이 발전된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통해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인도에 더 투자하고 수출거점으로 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철강·자동차부품 유리=이번 협정의 가장 큰 수혜업종으론 자동차부품·철강·기계 등이 꼽힌다. 인도에 수출하는 비중이 크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물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억3100만 달러어치를 인도에 수출한 자동차부품의 경우 관세율이 12.5%나 됐지만 협정이 발효되면 8년 내 1~5% 수준으로 줄게 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현재 교역액과 제품의 가격탄력성, 관세양허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 동안 기계 분야의 수출이 가장 많이 늘 것으로 봤다. 공작기계의 경우 7.5%의 관세가 발효 즉시 없어지며 기관차(10%)·엘리베이터(12.5%) 등도 5년 안에 관세가 사라진다. KIET는 이로 인한 수출증가 효과가 연평균 42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완성차는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인도가 국가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모든 FTA에서 완성차 시장을 개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게 우리 정부 측 설명이다. 최경림 외교통상부 FTA 정책국장은 “현대차가 이미 인도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시장점유율도 2위인 상태라 완성차는 협상 대상에서 빼도 잃을 게 많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냉장고·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은 관세 인하 폭이 8년 이내 50%에 그쳐 당장의 실익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인도인 영어교사 입국 늘 듯=정부의 예상대로 내년 초 한·인도 간 CEPA가 발효돼도 당장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변화는 크지 않다. 그동안 인도에서 들여온 주요 수입품이 나프타·사료용 옥수수 등 원자재 위주였기 때문이다. 특히 농수산품의 경우 양국이 낮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한 데다 쌀·보리·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고추·마늘·양파·감귤·사과·배 등 일부 민감한 품목은 협상 대상에서 빠졌다. 냉동갈치·냉동꽃게·냉동새우 역시 종전의 관세를 유지키로 했다.

다만 영어학원·컴퓨터업체 등에서 인도인의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이 진행한 FTA 사상 처음으로 전문인력이 양허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제외한 경영컨설턴트·통신기술자·광고전문가 등 전문직 인력들이 양국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인도 내에서도 특히 이런 서비스 부문의 교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도 경제지 이코노믹 타임스는 “정보기술(IT)이나 영어강사 등 인도 내 전문직 종사자들이 한국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