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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암 아닌 양성 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 이는 자궁근종을 지닌 여성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의사로부터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자궁에 혹이 생겼습니다"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궁근종은 중년 여성 4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양성종양. 자궁경부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종양이 아니다.

자궁근종이 암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수천분의 1로 매우 희박하다.

게다가 난소에서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는 폐경기 (48세 전후)에 돌입하면 혹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한다.

비록 혹이지만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이땐 6개월에 한 번씩 초음파검사를 통해 혹의 상태를 점검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국내에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의료계에서는 혹이 생겼어도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를 약 절반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얌전히 있지 않고 말썽을 부릴 땐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생리통과 과다출혈을 유발해 일상생활을 방해할 때. 심하면 복통.잦은 소변.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또 자궁근종이 나팔관을 막아 불임이 된다던지 자궁내막에 생겨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거나 조산을 유발할 때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진단 당시 혹의 크기가 성인 주먹 한 개 정도로 크거나 3~6개월만에 혹의 크기가 갑자기 커진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자궁근종의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수술. 혹만 떼어내는 근종절제술과 혹과 함께 자궁 전체를 떼어내는 자궁적출술이 있다.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김승조 (金丞兆) 교수는 "혹만 떼어내는 수술은 간단한데다 자궁이 남아 있어 임신을 원하는 젊은 여성에게 주로 시술된다" 고 설명했다.

혹이 자궁 근육층에만 국한돼 있고 출혈을 일으키는 등 변성이 없어야 이 근종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

단점은 5명 가운데 1명 꼴로 재발한다는 것. 혹의 크기가 크고 변성이 심한 경우라면 자궁적출술을 받아야 한다.

또 이미 출산을 끝낸 여성도 자궁적출술을 고려해 봄직하다.

단 자궁적출술을 받을 때 난소암 발생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난소도 함께 제거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난소제거는 여성호르몬 분비의 이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무조건 제거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는 수술을 받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도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분당차병원과 신촌세브란스병원.경북대병원에서 선보인 경피경도자 색전술이 대표적. 이 방법은 지름 1㎜인 도관을 허벅지 동맥을 통해 자궁동맥까지 삽입한 뒤 색전물질을 주입해 혈관을 막아버리는 것. 자궁동맥을 통해 자궁근종이 영양 공급을 받으므로 이를 막아 혹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거나 크기가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다.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이위현 (李暐峴) 교수는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30명의 환자에게 시술한 결과 95%에서 월경통.생리과다 등 증상이 좋아졌고 80%에서 혹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고 말했다.

경피경도자 색전술의 장점은 수술에 비해 흉터가 없고 자궁이 보호된다는 것. 10일 이상 소요되는 입원기간을 3일로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국소마취에 시술시간도 1~2시간 정도로 짧다.

그러나 혹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아니어서 재발의 여지가 남아 있고 시술 도중 혈관을 다칠 우려가 있으며 방사선 촬영을 해야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이인국 (李寅國) 교수팀이 도입한 복강경 자궁동맥 결찰술은 혈관손상의 우려와 방사선 촬영이 필요없는 비수술적 요법. 말 그대로 복강경을 통해 자궁근종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직접 실로 묶어주는 치료법이다.

15~20분이면 끝나는 것도 장점. 李교수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15건의 시술을 통해 80~90%가 증상개선의 효과가 나타났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지름 0.25㎜인 가느다란 동맥까지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경피경도자 색전술에 비해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것도 흠. 이처럼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해선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복강경하 자궁동맥결찰술→경피경도자 색전술→근종절제수술→자궁적출술 순으로 치료효과는 높아지는 반면 편의성은 떨어진다는 점은 알아둘 일. 전문가들은 "혹이 작고 근육층에 국한한 자궁근종엔 비수술적 치료법이 좋지만 어른 주먹 이상의 크기와 점막층까지 침범한 자궁근종엔 수술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 이라고 말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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