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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우스6070] 1호 '공설' 해수욕장 ···동양의 '나폴리' 송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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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말 가운데 하나가 공설운동장 등에 쓰인 '공설'인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이 어딘지 아십니까. 부산 송도해수욕장입니다. 지금은 해운대해수욕장 등에 밀려 있지만, 1970년대까지는 '동양의 나폴리'로 불렸던 최고 중의 최고였습니다.

소나무섬, 송도…. 해수욕장 오른편의 거북섬에 나이 든 소나무숲이 우거져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해수욕장인 송도는, 일제 강점이 본격화한 1910년대 들어 부산으로 이주해 오는 일본인이 많아지면서 일본거류민이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세우고, 지금의 송도공원 건너편에 있던 거북섬을 허물고 1913년 '수정'이라는 휴게소를 설치해 바다기슭의 모래밭을 해수욕장으로 개발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잔잔한 파도와 수심 1m, 상아빛 모래밭이 유난히 빛나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당시에는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했습니다.

64년 4월에는 거북섬과 해수욕장 서쪽 언덕을 잇는 길이 420m의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뒤 이어 송림공원에서 거북섬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가 들어섰습니다. 이 인공물들은 부산에 사는 연인들은 물론 전국에서 부산으로 여행온 신혼부부들이 즐겨찾는 관광명물이었습니다. 교통이 편해진 요즘은 별 게 아니지만, 당시로선 '기록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여름 한 철 350만명이 찾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여름철 부산 송도해수욕장을 한 번 다녀오지 않으면 바닷가에 갔다 왔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던 시절이 바로 그때였습니다.

도시가 커지면서 관광객이 불어나고 해수욕장 주변으로 음식점과 숙박업소가 이 들어서면서 바닷물이 오염되고 모래 유실로 백사장이 좁아들어 해수욕장보다는 뱃놀이와 생선회를 즐기는 유원지로 바뀌어갔습니다. 특히 수질이 오염돼 해수욕장으로서는 더 이상 기능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2000년부터 5년간에 걸쳐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송도연안정비사업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단장했으며, 2007년에는 민족가수 고 현인 선생을 추모하는 '현인광장'이 들어섰습니다.

TV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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