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현대 낙찰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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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여곡절 끝에 기아.아시아자동차의 낙찰자로 현대자동차가 선정됐다.

아직은 '채권단 동의' 란 관문이 남아있지만 정부가 내심 수의계약 후보로 염두에 둬왔던 포드가 과다한 부채탕감을 요구하는 바람에 정부와 채권단 입장도 현대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박태영 (朴泰榮) 산업자원부 장관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입찰이 이뤄졌기 때문에 채권단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고 밝혔고, 이근영 (李瑾榮) 산업은행 총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의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현대가 기아 주인이 될 경우 현대차는 부동의 국내자동차 1위 자리를 굳히게 되고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재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진행중인 빅딜 (대기업 사업맞교환) , 나아가서는 재계 판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3차입찰 초반만 해도 현대가 기아 낙찰자가 될 것으로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런 예상을 뒤엎고 현대가 기아 낙찰에 성공한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양사 (兩社) 체제 재편' 의지에 힘입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삼성자동차의 기아 인수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그동안 강한 집착을 보이던 발전설비와 철도차량에서 양보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이와 관련, 현대 고위 관계자는 "기아 인수를 위해서는 더이상의 양보도 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입찰 결과는 삼성자동차의 향후 진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 여파는 부품.납품 업체와 대리점 등 관련 산업 전반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기아의 '진짜 임자' 가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도 적지 않다.

또 설사 기아를 인수한다 해도 기아의 경영정상화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현대그룹 전체에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최대 관건은 채권단이 현대의 부채탕감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냐 여부. 현대가 요구한 부채탕감액은 7조3천억원인데 이는 채권단이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상한선 (6조원대) 을 훨씬 웃도는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또 만약 현대가 실사하는 과정에서 기아의 '숨겨진 빚' 이 더 드러날 경우 이 역시 논란의 소지가 될 것이다.

때문에 채권단과 현대간 실사 및 협상 과정에서 처리문제가 다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금도 문제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 일을 잔뜩 벌여놓은 상태인데다 민영화 대상 공기업 등에 대해서도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기아에 수조원의 뭉칫돈을 쏟아부을 입장이 못된다.

정몽규 (鄭夢奎) 현대 회장은 기아 인수와 정상화에 필요한 돈은 외자유치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하지만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자칫하다가는 기아 인수로 인해 현대차까지 부실화할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아.아시아자동차 인력문제도 해결과제다.

현대는 자체만으로도 사람이 남아돌아 심각한 진통을 겪으면서 '정리해고' 를 단행한 바 있어 기아 인력을 몽땅 떠안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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