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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1주년 … 러시아·그루지야 다시 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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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전쟁 발발 1주년(8일)을 앞두고 이 지역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AFP 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양측이 서로 군사 도발을 비난하는 설전을 펼치는 가운데 러시아가 현지 주둔군에 전투준비태세 강화 명령을 내리면서 전쟁 재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 국가 그루지야는 지난해 8월 자국 내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의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5일 동안 전면전을 치렀다.

◆긴장 고조=러시아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그루지야의 도발이 끊이지 않고 있어 남오세티야 주둔 군과 국경수비대의 전투준비태세 수준을 격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쟁 이후 그루지야로부터 완전 독립을 선언한 남오세티야에는 현재 수천 명의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전화 통화에서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1일 “지난달 말부터 남오세티야 수도 츠힌발리가 여러 차례 그루지야 군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며 “남오세티야 주민과 러시아 군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루지야는 이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러시아군이 군사적 도발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루지야 외무부는 3일 “남오세티야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이 국경 인근의 그루지야 영토인 크베슈 마을을 장악했다”며 “남오세티야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략 요충지=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그루지야는 카스피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가스를 서방으로 운송하는 송유관과 가스관이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다. 소련 시절의 지배력 회복에 나선 러시아와 옛 공산권으로의 세력 확장을 꾀하는 서방의 이해가 충돌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은 2004년 집권한 뒤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그루지야의 미하일 사카슈빌리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사카슈빌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을 추진하며 러시아의 눈엣가시가 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그루지야가 독립 움직임을 보이는 자국 내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작전을 시작하자 남오세티야에 거주하는 러시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그루지야와 전면전에 돌입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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