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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협력업체 조기파산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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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쌍용자동차 협력업체로 구성된 협동회 채권단이 5일 쌍용차 조기파산 신청서를 서울지방법원에 제출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병훈 협동회 사무총장, 오유인 협동회 채권단장, 허익범 변호사. [연합뉴스]

쌍용자동차 600여 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협동회가 5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에 조기파산 신청을 했다. 최병훈 협동회 사무총장은 “경찰이 불법 점거된 경기도 평택 일부 공장 건물에 진입했지만, 생산 재개의 핵심인 도장공장이 여전히 노조에 점거된 상태여서 회생이 어렵다고 보고 조기파산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협동회는 파산 후 쌍용차의 우량자산만을 따로 모아 ‘굿 쌍용’으로 재탄생시켜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쌍용차 직원 4500여 명을 대표하는 직원협의체가 협동회에 조기파산 신청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협동회는 결국 제출을 강행했다.

◆법적 효력은=협동회가 신청한 조기파산 신청의 법적 효력은 없다. 통합도산법 58조는 회생 절차 진행 중에는 파산 신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동회는 법정관리 전의 납품대금인 채권 3000억원가량이 있지만 무담보라 휴지조각과 마찬가지다. 주 채권단은 담보를 확보한 한국산업은행이다.

협동회의 조기파산 신청은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쌍용차 채권단 집회에서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확정하는 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주요 채권자 중 하나인 협동회가 파산을 신청한 것은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의견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음 달 15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때 담보채권자인 산업은행, 무담보채권자인 협동회, 주주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협동회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회생계획안 통과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회생 절차가 폐지되고 파산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관건=법원은 일단 협동회의 파산 신청서와 쌍용차 사측의 청산형 회생계획안을 살펴본 뒤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직권으로 파산 선고를 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이해 당사자들의 주장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쌍용차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유해용 부장판사는 “이미 진행 중인 회생절차상 다음 달 15일 채권단 집회 때까지 시간을 준 만큼 그 전에 직권 판단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다. 삼일회계법인은 파업 전인 5월 6일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3276억원으로 청산가치(9386억원)보다 3890억원이 더 많다고 했다. 계속기업가치란 향후 10년 동안 기업이 영업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를 말한다. 이번 파업으로 계속기업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실사 이전에는 알 수 없다.

다음 달 15일 채권단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채권단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쌍용차는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때 법원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할 수도 있다. 다만 채권단 가운데 일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법원이 강제인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동의·부동의 비율이 근소한 차이거나 동의 사유가 합당한 경우다.

평택=이승녕·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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