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투자 기회” … 돈이 움직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회사원 박흥수(44)씨는 지난 4월 여윳돈 1000만원으로 증권주를 샀다. 주식시장이 뜨거워지면 증권주부터 먼저 오를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10%가량의 투자수익이 생기자 최근엔 2000만원을 더 들여 정보기술(IT) 관련주를 샀다. 박씨는 “외환위기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듯이 이번에도 꽤 괜찮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씨처럼 ‘지금이 투자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저위험·저수익 자산에 투자됐던 돈이 빠른 속도로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이 얼마나 들고 나는지를 보면 이런 흐름을 쉽게 알 수 있다. 대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MMF의 잔액은 불어난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으면서도 돈을 빼기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주식·부동산이 침체되자 MMF 잔액은 크게 불어나기 시작해 3월 중순에는 126조원이 쌓였다. 그러나 주가가 반등하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자 7월 말 기준의 MMF 잔액은 101조원으로 줄었다. 4개월여 만에 25조원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MMF 잔액은 금융위기 전 70조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20조~30조원이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입출금이 자유로워 단기 부동자금이 많이 머무는 은행의 요구불예금도 MMF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은 6월에 6조1262억원이 늘었지만 7월(1~30일)엔 6조6494억원이 줄었다.

대신 주식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은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말 현재 14조3861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6634억원이 늘었다. 증시 주변 자금이 풍부해지자 증시 거래대금도 늘고 있다. 지난달 초 5조8000억원대였던 증시 거래금액은 4일 10조6000억원으로 한 달 새 5조원가량이 불었다.

부동산 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 총액은 3413억6306만원으로 전달(3192억8079만원)보다 6.92%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강남구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낙찰가 총액(1510억3167만원)은 전달(1020억7065만원)보다 47.9% 늘었다.

상가시장에도 한 번에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는 등 투자 열기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20~21일 주택공사가 판교신도시 단지 내 상가 경쟁입찰을 실시한 결과 7개 점포 중 6개 점포가 평균 117.3%의 높은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팔렸다.

김준현·조철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