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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댈리 힘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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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필 미켈슨이 10번 홀에서 계곡을 가로질러 티샷하고 있다. [란초 산타페 AP=연합]

타이거 우즈는 명예를 되찾았고, 존 댈리는 힘자랑을 했다. 그러나 행크 퀴니는 망신을 당했고, 필 미켈슨(이상 미국)은 체면을 구겼다.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산타페의 브리지 골프장에서 '외나무 다리 결투(Battle at the Bridges)'라는 이벤트성 골프대회가 열렸다. 승부보다는 TV중계용 쇼 성격이 강한 이 대회에서 올해는 우즈와 퀴니가 한 조, 댈리와 미켈슨이 한 조가 돼 매치플레이를 펼쳤다.

홀마다 두 선수 중 성적이 좋은 선수의 스코어로 경기하는 '베터볼'형식이었다. 네 선수 모두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내로라 하는 장타자들이어서 승부보다는 장타 대결이 관심을 끌었다.

'풍운아'댈리가 주인공이 됐다. 각각 7만5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롱기스트' 콘테스트에서 댈리는 3번 홀 290m, 7번 홀 314m, 14번 홀 310m짜리 드라이브샷을 날려 세차례 1위를 차지해 모두 22만5000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댈리는 "요즘은 거리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드로샷을 하면 거리를 더 낼 수 있다"고 우쭐댔다.

평균 292m의 드라이브샷을 자랑하는 '괴물' 퀴니는 장타왕은커녕 사상 최단 드라이브샷으로 망신을 당했다. 9번 홀의 드라이브샷이 뒤땅과 훅이 나면서 겨우 164m를 기록, 페어웨이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1999년 우즈와 라이벌 간의 매치플레이로 시작해 6년째 치러진 이벤트사상 가장 짧은 드라이브 샷이었다. 2001년 출전한 카리 웹(호주)과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여자선수보다 못한 기록이다.

승리에 목말랐던 우즈는 갈증을 풀었다. 퀴니가 러프와 워터 해저드를 오가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던 전반을 혼자서 잘 버텼으며 13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승부의 물꼬를 돌렸다. 16번 홀에선 이글도 잡았고, 결국 17번 홀까지 2홀을 이겨 경기를 끝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미켈슨에게 판정패한 아픔도 씻어냈다. 우즈.퀴니조는 우승 상금 100만달러를 챙겼고, 미켈슨.댈리조는 40만달러를 받았다.

미켈슨은 경기에서 진 데다 16번 홀에서 남자 아마추어 수준인 244m의 드라이브샷으로 장타상을 타 오히려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샷이 모두 러프에 빠지는 바람에 얻은 어부지리였다. 올해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최고 인기를 누리는 미켈슨이지만 천하의 장타자들 앞에선 초라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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