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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마누라도, 사장도 다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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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카메라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춘다. 가면은 필요 없다. 각본이 없는 만큼 작위적이지 않다. 때론 타인의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고 싶은 욕구도 충족시킨다. 이렇게 '꾸미지 않은 쇼'를 표방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인간의 관음증과 호기심을 건드리며 전 세계 안방을 휩쓸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엽기.선정적으로 흐른다는 비판을 받는다. 성(性)적인 소재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역할 바꾸기-. 이런 비판을 딛고 서서히 각광받고 있는 리얼리티 형식이다. 타인의 삶을 체험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현재를 반추한다.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극적 재미를 높인다. 논픽션 전문채널 Q채널이 오는 5일부터 방영하는 '보스 스와프, 사장을 바꿔라'(목요일 오전 11시.밤 12시)와 13일부터 내보내는 '와이프 스와프, 아내를 바꿔라'(금요일 오전 11시.밤 12시)는 이런 공식에 충실한 프로그램들이다.

우선 '보스…'는 서로에 대한 정보가 없는 두 중소기업 사장이 2주 동안 상대 회사를 경영한다. 견학 수준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경영 환경에 자신의 경영관을 접목한다. 제품 생산의 흐름을 뒤집고, 직원을 승진시키고, 복지를 개선하고, 작업환경을 바꾼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영업 체계가 개선되기도 한다. 원래 자리로 돌아온 둘은 자신의 문제점과 상대의 장점을 알게 된다.

'와이프…'는 더욱 극적이다. 역시 다른 환경에서 살던 부부가 역할을 바꾼다. 그러나 잠자리는 아니다. 제목이 주는 묘한 어감과 달리 전혀 야하지 않다. 예를 들어 1부에 등장하는 결혼 18년차 베이글리 부부와 23년차 켈리 부부. 베이글리 부부의 경우 남편이 적극적으로 가사를 도와왔다. 그러나 켈리 부부는 가장의 권위가 지켜져 왔다. 아내가 바뀌자 남편은 평생 해본적 없는 화장실 청소를 해야 했고, 아이들은 평소 싫어하던 샐러드를 먹어야 했다. 2주가 흐르자 바뀐 부부들은 서로의 단점을 충고해 주게 된다. 동시에 배우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와이프…'는 영국 '채널4'에서 방영돼 23%의 시청률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제44회 몬테카를로 텔레비전 페스티벌에선 '올해의 최고 리얼리티 포맷상'을 수상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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