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지분투자 선호…8월후 10여곳 성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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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외국인의 국내기업 합병.인수 (M&A)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최근 '지분투자' 를 통한 경영권 참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은 IFC로부터 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2천만달러를 유치키로 하고 17일 조인식을 갖는다.

의류업체 이랜드 역시 자회사인 리틀브랜의 전환사채를 미국 워버그 핀커스에 파는 조건으로 3천2백만달러를 들여왔으며, 코오롱 KPT사는 일본 도레이사로부터 2천만달러를 도입하며 지분 70%를 건네줬다.

이에 앞서 LG텔레콤이 영국 최대 통신업체인 BT사에 24%의 지분과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4억달러를 유치했고, 한솔PCS도 캐나다의 벨캐나다와 미국 AIG펀드에 우선주.전환사채 등을 매각해 2개 외국기업이 각각 2.3대 주주로 벨사측이 파견한 4명의 이사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20여개의 외국계 투자기금들이 중소 반도체 부품업체와 통신설비 업체, 부동산 등 1백여 국내업체와 지분 인수 상담을 구체적으로 진행중이어서 지분 인수 방식의 투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코아M&A 송두범팀장은 "최근에는 외국 기금들이 기술력이 강한 반도체부품.통신장비.생명공학분야의 중소기업을 많이 찾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런 지분 투자가 활기를 띠는 것은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의 노사관계 등을 감안, M&A 쪽이 어렵자 지분 투자를 통한 경영권 참여 쪽에 비중을 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투자는 외국 기업의 장기투자라기 보다는 단기 수익을 노린 외국계 투자기금의 투자인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인 산업 측면에서 보면 썩 바람직스럽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한 M&A 관계자는 "경영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지분확보로 경영에 참여해 3~7년간 회사가치를 높인 후 자기지분을 팔아 투자분과 이익을 회수하는 것이 일반적" 이라고 말했다.

C&K펀드 대표인 다니엘 몬타노씨는 "한국은 아시아권에서 제조업과 설비.인력이 우수한데다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져 매력적인 투자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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