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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자체들 문화행사 취소로 지방문화 일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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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북지역 자치단체들이 수해복구.예산절감 등을 이유로 전통있는 각종 문화행사를 취소 또는 축소하는 경우가 많아 지방문화가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상주문화제는 전면 취소됐다.

상주시는 지난달 수해복구 때문에 해마다 10월 중순에 개최해온 상주문화제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책정해둔 예산 5천만원은 대신 수해복구비로 돌렸다.

상주시 관계자는 "수해로 잠잘 곳이 없는 시민들도 있는데 어떻게 꽹과리 치고 놀 수 있겠느냐" 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제때 수여하는 '상주시민상' 은 올해도 선정하기로 했다.

이 관계자는 "섭섭해 하는 시민들도 있어 내년에는 정상적으로 열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22회의 전통을 가진 울진군의 성류문화제도 열리지 않게 됐다.

성류문화제는 일찌감치 판이 깨졌다.

지난 5월 군의회가 "재정도 시원찮으면서 7천만원씩 들여 무슨 문화제냐" 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 울진 문화계는 곧바로 "문화혜택이라곤 이 행사 하나뿐인데 무슨 말이냐" 며 거세게 반발했으나 추경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의성군의 의성문화제와 청도군의 감축제도 바닥난 재정 때문에 취소됐다.

취소는 안했지만 문화제 규모를 예년보다 축소한 곳도 많다.

지난 8일부터 사흘간 경주에서 열린 26회 신라문화제는 행사규모가 41개 종목에서 11개로 크게 줄었다.

전야제와 마상무예.가배놀이.관창무 등 공개행사를 제외시키고 줄다리기.씨름대회 등 큰 돈 들지 않는 행사만 열었다.

IMF한파에다 문화엑스포로 교통혼잡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게 축소 이유였다.

그 결과 예산은 지난해 8억3천만원에서 올해는 3억3천만원으로 5억원이나 줄었다.

경주 신라문화선양회는 "앞으로는 격년으로 열리는 문화엑스포를 피해 신라문화제를 열겠다" 고 밝혔다.

경북도가 시.군을 돌아가며 개최하는 낙동가요제도 행사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예산 1천만원을 절감했다.

42회째를 맞는 김천문화예술제와 4회 구미축제, 영천시 시민의 날 행사 등도 일부 종목을 줄여 2천만원~1억원의 예산을 절약하고 나섰다.

경북도 관계자는 "문제는 문화행사 취소.축소가 올해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데 있다" 며 "어렵지만 문화제가 취소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대구 =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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