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부실 고객재산 3조6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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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8월말 현재 고객들이 6대 투자신탁사에 맡긴 신탁재산중 부실재산이 3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실재산은 부도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기업어음 (CP) 들과 퇴출당한 리스사.종금사들이 발행한 채권 (리스채.종금채) 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들이다.

이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위원회가 14일 이인구 (李麟求.자민련)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서 드러났다.

◇ 부실 커가는 고객 신탁재산 = 회사별로 신탁재산중 부실 규모를 보면 한국투신이 1조2천4백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한투신이 9천4백억원, 국민투신이 7천7백억원, 제일투신이 3천3백억원이었다.

특히 동양투신의 경우 97년 3월까지만 해도 1억원에 불과하던 부실재산이 지난 8월말에는 2천7백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투신업계는 이에 대해 "지난해 이후 부도기업이 속출하면서 이들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CP 등이 부실해졌다" 며 "규모가 워낙 큰데다 아직 법적으로 완전 청산되지 않고 있어 손실처리도 할 수 없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 악화되는 재무구조 = 지난 6월말 현재 6대 투신사 모두 자기자본을 전액 까먹었으며 적게는 1백여억원에서 1조5천3백여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6대 투신 전체 빚은 자산총계의 절반에 가까운 4조2천억원에 달했다.

이들 투신사가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수료 (운용보수) 는 2천1백여억원에 불과한 반면 장단기차입금 (12조7천억원) 의 이자액만 5천3백여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인구 의원은 "정부는 금융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60조원대의 재정 투입을 계획하고 있으나 투신업계 구조조정 비용은 잡혀있지도 않다" 면서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정부와 투신업계는 고객수익금에서 일부를 갹출해 '신탁안정 조정금' 을 조성한 뒤 부실채권 급증에 따른 수익률 하락부분을 보전한다는 생각이다.

전영기.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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