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 도쿄는 한국 독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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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결승>
○ 강동윤 9단 ● 이창호 9단

제 1 보(1~14)=한 달 전 치러진 후지쓰배 결승전이다. 현대 바둑의 메카라 할 도쿄에서 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이 결승에서 마주 앉은 지도 어언 17년, 그 세월은 온전히 한국 바둑의 시대였다. 다시 이번에 이창호 9단과 강동윤 9단이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이틀 전의 준결승에서 이창호 9단은 창하오 9단을 격파하며 춘란배 결승 패배의 아픔을 설욕했고 한국의 새 강자 강동윤 9단은 선배 박영훈 9단을 눌렀다. 도쿄의 후지쓰배는 완전 한국 잔치여서 일본의 처량한 신세가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돌을 가려 이창호의 흑. 후지쓰배는 세계대회 중 유일하게 준결승, 결승이 모두 단판 승부다. 이창호 1975년생. 강동윤 1989년생. 무려 14년 차이다.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까지 호남 출신으로만 이어져온 한국 바둑의 족보에 서울 출신 강동윤이 이름을 새길 수 있을까.

9로 붙이는 수는 전형적인 ‘한국류’로 한시대를 풍미한 실전적 수법. 이후 수많은 정석이 새로 만들어졌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고도1’이다. 하지만 12로 꽉 잇는 수가 근래 새로 등장했고 ‘참고도2’의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변화가 뒤를 따랐다. 하지만 ‘참고도2’는 영영 미완성 정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14로 그냥 미는 수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정석은 끝없이 진화한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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