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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나산백화점 붕괴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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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풍백화점 참사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서울시내 대형백화점 건물이 붕괴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폐쇄조치됐다.

서울 강남구청은 13일 논현동 나산홈플레이스 백화점 (옛 영동백화점) 지하2층 주차장의 기둥과 내벽.바닥에 건물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수십개의 심각한 균열이 발견돼 재난 위험시설물로 지정하고 건물폐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구청측의 점검 결과 지상 8층.지하 2층 (연면적 2천8백평) 규모인 이 건물의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된 17개의 기둥 중 도로쪽 8개에 최고 8㎜의 틈이 곳곳에 벌어지고 바닥과 내벽에도 3~4m 길이의 균열이 발생, 파괴현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구청측은 지난 9일 영업중인 60여개 업체의 종업원 2백여명을 퇴거시킨 뒤 철제빔으로 응급 보강조치를 취하고 현재 용역회사를 통해 정밀안전진단과 원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오래된 아파트나 소규모 상가건물 등에 안전을 이유로 폐쇄조치가 취해진 적은 있으나 대형 백화점 건물은 처음이다.

나산백화점 건물 균열은 분기별로 실시키로 돼있는 자체 안전점검이 실시되지 않은 부도업체 소유건물에 대해 강남구청측이 이달초 점검을 하던 중 발견됐다.

지난 83년 진영건설에서 시공한 이 건물은 건물주인 나산유통의 부도로 지난해 12월까지만 안전점검이 이뤄졌으며 지난해 6월 안전점검에서 이미 기둥과 내벽에 미세균열이 발견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이 백화점의 경우 삼풍백화점처럼 지하2층의 기둥 사이를 보로 연결하지 않은 무량판 구조이기 때문에 몇 개의 기둥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시에 주저앉아버릴 수 있다" 고 말했다.

현재 안전점검 중인 용역업체 '아워브레인' 의 송전섭 (宋典燮) 기술이사는 "도로쪽 기둥에만 균열이 생긴 점으로 미뤄 백화점 앞 지하철 7호선 건설 공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지만 백화점 매장의 용도변경이나 부실공사 등 다른 원인도 있을 것으로 보고 정밀점검 중" 이라고 밝혔다.

응급조치를 취한 후 더 이상 붕괴현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구청측은 이달 20일 이후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조치나 추가 보강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나산백화점은 지난 1월 14일 최종 부도처리된 뒤 폐쇄됐으나 지난달 17일부터 60여개 업체 2백여명의 채권단 및 직원이 나산유통측과 협의를 거쳐 1층에서 의류 등을 판매해왔다.

전진배.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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