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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13년 전속 … 수익배분 1%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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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부 멤버가 소속사와 법적 분쟁에 휘말린 ‘동방신기’. 왼쪽부터 시아준수, 믹키유천, 영웅재중, 최강창민, 유노윤호. 사진은 2008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국내 최고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지난달 31일,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시아준수(김준수), 영웅재중(김재중), 믹키유천(박유천) 세 사람은 3일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소속사와의 계약은 사실상 부당한 종신계약이었으며, 계약 기간 중에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로 그동안 추측만 난무하던 국내 최고 기획사와 아이돌 그룹 사이의 계약 내용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이번 소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연예산업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업계에 ‘표준계약서’를 권고한 뒤 처음 불거진 법적 분쟁으로, 이 사건이 연예계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동방신기 계약’ 엇갈린 공방=세 멤버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임상혁 변호사는 3일 낸 자료에서 “동방신기의 SM 전속계약 기간은 13년으로,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할 경우 15년 이상이 돼 사실상 연예계를 은퇴할 때까지의 계약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료는 또 “전속계약을 해지할 경우 총투자금액의 세 배, 일실수익(잔여 기간 동안의 예상 수익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 즉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는 위약금을 내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앨범 판매 수익 배분 등에 있어서도 “50만 장 이상이 판매될 경우에만 멤버 1인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고, 올해 2월 개정된 조항을 따르더라도 멤버 한 명이 받는 수익금은 전체 수익의 0.4~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멤버들은 이런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속사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해결책을 찾지 못해 결국 법의 힘을 빌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M 측은 3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동방신기는 데뷔 후 2009년 7월까지 현금만 110억원(5인 합산)을 수령했고, 고급 자동차도 제공받았다”며 “사업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가창인세, CF, 이벤트 등의 여러 수입에 따른 다양한 분배율이 있음에도 한 측면(음반 수입)만 부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종신계약’ 주장에 대해서도 “멤버들과 전속 체결 후 총 5회에 걸쳐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갱신·수정해 왔다”며 “그중 2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검토 및 확인을 받아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연예계 계약 분쟁=동방신기와 SM 측의 계약 내용이 공개되면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기획사 간부는 “수년간의 연습생 기간을 감안한다고 해도 13년이라는 기간은 지나치게 길다”며 “보통 아이돌 그룹의 경우 짧으면 7년, 길어도 10년을 넘지 않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음반이나 음원 계약의 경우에도 4~5명의 멤버로 구성된 그룹일 때 멤버 몫으로 10~15% 정도가 돌아가게 돼 1인당 2~3%씩은 가져간다”며 동방신기의 계약에 부당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다른 의견을 낸 한 매니저는 “아이돌 가수의 경우 신인을 스타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명당 수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며 “인기를 얻었다고 계약 조항을 그때그때 바꾸게 되면 기획사는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동방신기처럼 스타의 위치에 오른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분쟁은 그간에도 계속돼 왔다.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아이돌 그룹인 ‘H.O.T’도 결성 5년 만에 소속사와 갈등을 빚으며 해체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윤상현에 대해 전 소속사가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파기했다”며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신인 배우 장자연씨가 소속사의 부당한 접대 요구 등으로 인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 후 7년이 넘으면 가수가 계약 해지를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연예인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해외 활동을 위한 계약 존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장기 계약을 할 수 있다’고 덧붙이는 등 불명확한 규정으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 기획사 간부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중요한 건 소속사와 연예인 간의 의사소통”이라며 “끊임없는 대화로 입장을 조율해 나가는 게 극단적인 분쟁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동방신기 어디로?=SM 측에 따르면 동방신기의 다섯 멤버는 모두 같은 계약 조건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세 명만 소송에 참여하면서 ‘세 멤버의 화장품 사업에 소속사가 반대하면서 일어난 갈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 사람은 3일 발표문에서 “화장품 사업은 중국에 진출하는 화장품 판매회사에 세 사람이 주주로 투자한 건으로 연예 활동과는 무관한 재무적 투자”라며 “화장품 회사에 1억원 정도를 투자한 것 때문에 그동안 일군 성과를 포기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SM 측은 “화장품 사업에 참여한 3명만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볼 때 이 사업은 본 사건이 제기된 실질적인 이유”라며 “이 3명의 멤버가 사업에 초상권을 사용하고 각종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파악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양측은 ‘동방신기의 해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SM이 이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새로운 계약 조건을 마련하는 것 외에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어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희 기자

◆동방신기(東方神起)=유노윤호(23·정윤호)·영웅재중(23·김재중)·믹키유천(23·박유천)·시아준수(22·김준수)·최강창민(21·심창민) 다섯 명의 멤버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는 2004년 ‘허그(Hug)’로 데뷔한 이래 줄곧 가요계 정상을 지켜온 인기 그룹이다. 데뷔 후 ‘라이징선’ ‘오 정반합’ ‘풍선’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으며 각 방송사 가요프로그램의 신인상과 본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발표한 4집 ‘미로틱(Mirotic)’은 가요계의 불황 속에서도 판매량 50만 장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2005년에는 일본에서 ‘도호신기’로 데뷔, 외국가수로는 처음으로 ‘오리콘’ 위클리 싱글차트 6회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올 7월에는 일본 가수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에서 공연을 펼쳤다. 현재 일본은 물론 중국·태국·대만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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