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스타 (17) ‘FT 아일랜드’ 이홍기 『1리터의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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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혹시 사와지리 에리카라는 여배우를 아시나요? 저는 그녀 덕분에 일본어를 공부했고, 일본 대중 문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한마디로 그녀는 제 이상형이자 일본에 애정을 품게 만든 인물입니다(이렇게 얘기하니 또 가슴이 설레는군요). 안녕하세요? ‘FT 아일랜드’의 리더 이홍기(사진)입니다.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한 드라마 ‘1리터의 눈물’의 동명 원작 소설입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싱글 앨범을 내고 활동할 때 친구 권유로 ‘1리터의 눈물’을 드라마로 봤어요. 극 중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투병하는 주인공 킷토 아야(사와지리 에리카)의 눈물 연기에 매료됐죠. 곧장 번역된 원작 소설을 사서 읽었습니다.

책은 1인칭 시점입니다. 불치병에 걸린 15세 사춘기 소녀 아야가 이메일을 보내며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심경을 적어나갑니다. 치료 방법도 모른 채 병이 악화되는 것만 지켜보며 더 이상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게된 꿈 많던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10년 간 악몽 같은 불치병과 사투를 벌이게 되죠. 이 책은 ‘오직 일기를 쓰는 것만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하는 소녀의 열정과 사랑, 삶의 기록입니다.

1리터까진 아니지만 지금껏 책을 보며 이렇게 많은 눈물을 쏟은 적이 있을까 싶게 펑펑 울었어요. 어느날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게 된 운명과 맞닥뜨린 주인공의 휴먼 스토리, 밑줄 긋고 싶게 만드는 감동의 구절 등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무정한 시선에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만큼 다정한 시선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면 되는 거니까. 넘어진 김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이 오늘도 끝없이 펼쳐져 미소 짓고 있다. 나는 살아있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주변 환경을 원망하게 되는 철없는 저에게 이 책은 ‘살아있음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교훈을 새롭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책은 삶의 지혜 뿐 아니라 삶의 태도도 가르쳐주는 보고입니다. 저는 아역 배우로 데뷔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게 참 힘들었습니다. 친구를 사귈 수 없어 외로울 때도 많았고 상처받는 일도 허다했죠. 그때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과 경험을 간접 경험하면서 위로를 구했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사무치게 실감했어요.

글=김성의 기자, 사진=이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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