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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7>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7월 3일 오전 4시 전곡항. 집단가출 크루들이 2차 항해를 위해 새벽 이슬을 밟고 집결했습니다.
이렇게 꼭두새벽에 출항 준비를 하는 것은 오늘 해가 지기 전에 중서부 해상의 최외곽에 있는 외로운 섬, 격렬비열도까지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전곡항에서 격렬비열도는 직선 거리로는 약 90km 입니다만, 태안반도 부근의 수심 낮은 곳을 피해야 하므로 일단 50km 가까이 서쪽으로 간 뒤 덕적도 아래, 울도 부근에서 남쪽으로 항로를 틀어야합니다. 그래서 뱃길로는 약 130km에 달합니다.

이번엔 해양조사원에서 나온 분을 포함해 세 분의 게스트가 있는데다 유럽 전지 훈련 때문에 1차 항해 때 빠졌던 아시안게임 요트 금메달리스트 정성안 선수(여수시청)와 역시 해외 체류 중이어서 1차 항해에 못 온 요리담당 김은광 군이 가세해 식구가 15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새벽 4시에 집결하기 위해서 새벽 2시에 집을 나선 허영만 선장입니다. 간밤에 한 잠도 못자 얼굴이 부스스합니다. 그래도 카메라를 들이대자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십니다. 집이 대전인 김성선 군은 아예 전날 밤 KTX편으로 서울로 올라왔답니다.


항구를 빠져나와 메인 세일을 펼칩니다. 크루들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세일링 테크닉을 배울 수 있도록 요트 조종면허가 없는 신참 크루들에게 세일 호이스팅을 맡겼습니다. 정성안 선수가 이들을 지도해줬습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받는, 금쪽 같은 원포인트 레슨입니다.


요리사 김은광 군(왼쪽)과 집세일 트리머 이진원 군이 식사 준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당근을 깎고 있는 것을 보니 점심 식사는 카레라이스가 될 것 같습니다.

둘의 모습이 나정한 시누이 또는 동서 같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풉’ 하고 웃음이 납니다. 집단가출호 크루들은 모두 등산을 매개로 산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어서 선후배 관계가 매우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후배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일을 맡기도 합니다만 이번에는 1년 짜리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조를 나눠 철저하게 분담을 했습니다. 그래도 후배들은 여전히 헌신적으로 일을 합니다. 김은광, 이진원 두 후배는 힘이 세고, 부지런하고, 손이 빨라 최고의 일꾼입니다. ^^
현직 세계스노보드연맹 이사이며, 익스트림 스노보더로서 캐나다 알버타 홍보대사까지 하고 있는 김은광 군은 스키장에 가면 후배들이 줄줄이 따릅니다. 알파인 스노보드 선수 출신으로 은퇴한 후 익스트림 스노보드 라이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히말라야 등반 경험도 있고, 특히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이끌었던 북극 탐험대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엔 북미 최고봉 맥킨리를 등정한 후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엽기적인 익스트림 하강을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건설현장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진원 군도 꽤 잘나가는 건설맨입니다.
하지만 이 대단한 친구들이 여기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카레를 만들기 위해 당근을 깎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용어로 '지못미'입니다. ^^

송철웅 (레저 전문 프리랜서)

▶집단가출 항해 스토리 <1> 6개월의 준비, 그리고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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