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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수위 낮춘 여당]“이총재 너무 압박 말라”DJ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민회의가 9일 이회창 총재를 향해 겨눴던 칼날을 슬며시 거둬들였다.

'국정파트너 배제론' , 나아가 '이회창 정계퇴출론' 까지 제기하며 李총재를 세차게 몰아쳐 온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완연히 잦아들었다.

정국정상화를 위해 李총재를 너무 압박하지 말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발 메시지가 긴급 타전됐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회의는 총격요청사건에 대해 강경 일변도였다.

국기 (國基) 를 흔드는 사건을 놓고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당 수뇌부가 "李총재는 사건과 연루된 정당의 책임자로서 공개사과해야 한다" 며 '선 (先) 사과론' 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공세수위가 "李총재는 정치에서 물러나야 한다" 는 초강성으로 높아지자 한계를 넘었다고 金대통령이 판단한 듯하다.

당 핵심당직자는 "당은 국회에만 신경을 쓰고, 총격요청사건은 검찰에 맡겨 두라는 金대통령의 메시지가 수뇌부에 전달됐다" 고 귀띔했다.

대야 (對野) , 특히 李총재에 대한 공세수위를 조절하라는 주문이다.

"국회등원이 중요하지 사과하고 안하고는 중요치 않다" (韓和甲총무) , "동반자 배제론은 李총재 자신을 거부했다기보다 그의 오기정치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 (鄭東泳대변인) 이라는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셈이다.

金대통령의 메시지는 방일 (訪日) 후 국내경제를 생각해서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과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맺고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게 됐는데도 정치가 파행을 거듭하면 곤란하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회의 - 한나라당간 공방으로 입지가 좁아진 자민련의 강한 불만도 한몫했다.

구천서 (具天書) 총무는 한나라당 박희태 (朴熺太).국민회의 韓총무 사이를 오가며 중재에 나섰으며, 특히 韓총무에게는 "협상카드를 받지 않을 경우 여권내 공조를 보장키 어렵다" 고 압박하기도 했다.

金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李총재에 대한 온건론쪽 흐름이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李총재의 정국관리 방식에 대한 불신이 여권에 팽배해 '이회창 퇴진론' 이 언제 다시 돌출할지 모르는 형편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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