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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일본방문 성과 전문가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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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이번 방일 (訪日)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총론 - 성공' '각론 - 보완 필요' 라는 진단이다.

미래를 위한 '젊은세대 교류' 등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했고, '과거사 정리' 부분중 군대위안부 정리 부재.역사교과서 기술 (記述) 연기 등을 향후 과제로 지적했다.

5대 주요 현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의견을 들어본다.

[경제협력]

일본의 대한 (對韓) 30억달러 융자가 우리의 신용경색 상황을 해소하고, 특히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도형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언타이드론으로 돼있는 27억달러중 13억달러는 중소기업체의 수입.운전자금으로, 3억달러는 한.일 합작기업이 사용토록 돼있다" 며 이같이 내다봤다.

일본이 한국에만 3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불균형' 여론을 의식, 서둘러 대 (對) 개도국 3백억달러 지원플랜을 만든 점도 아시아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일본의 '지도적 역할' 을 환기시킨 부수적 성과로 꼽혔다.

투자촉진과 관련, 김도형위원은 "반일 (反日) 감정.경직된 노사관계로 부진했던 일본의 대한투자가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되고 일본측이 줄곧 요구해왔던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이 타결됨으로써 활성화가 가능케 됐다" 고 했다.

반면 지난해 1백27억달러에 이른 대일무역역조를 '확대균형' 으로 바꾸기 위한 구체적 실천안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원덕 국민대교수는 "일본 자체의 금융개혁.내수진작 방안은 우리 경제난 극복의 핵심 변수" 라며 "이 부분에 대한 일본의 책임감 표명.리더십 발휘 의지가 다소 미흡했다" 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

일본이 반성.사죄의 주체.객체를 명시하고 이를 문서화했다는 점에서는 평가를 받았으나 '군대위안부 피해자' '역사교과서 기술' 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용하 교수는 "일왕의 과거사 발언은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전후 50주년 담화에 비해 진전된 내용이 없다" 고 주장하며 "이번 김대중 대통령 방일 중에서조차 일본 극우정치인의 '반발' 이 거센 점을 주목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愼교수는 "향후 과거청산은 일본의 행동과 실천으로 입증돼야 한다" 며 위안부.강제징용자.독립운동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직접배상 실현, '일본의 한국침략 인정' 이 교과서에 명기돼야 한다고 강조. 이원덕 교수도 "최소한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가 없어 국내 반일감정 해소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면서 "하지만 얼룩진 과거를 일단 문서로 정리한 긍정적 측면도 있다" 고 분석. 李교수는 "일본 국민의 실제 역사인식 수준이 공동선언 내용에 못미쳐 일본은 과거사 사과 뒤에 망언으로 물타기를 해 온 것" 이라며 "그렇지만 지나친 과거사 사과 요구는 오히려 혐한 (嫌韓) 세력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청소년 교류·문화개방]

전문가들이 이번 金대통령 방일성과중 가장 기대감을 표명한 대목은 향후 젊은 세대의 교류를 구체화한 것. 서동만교수는 "정부가 시민사회교류의 물꼬를 트되 향후 양국간 이해확충의 주축은 시민사회가 돼야 한다" 며 일본 공과대 유학생파견, 워킹홀리데이 비자, 중고생 10만명 교류의 가시적 계획을 평가했다.

이원덕 국민대교수는 "일부 망언 정치인에 급급하기 보다 일본의 주축세력인 민간인.학자.시민단체와의 교류가 급선무" 라며 "편견 불식을 위한 교류 플랜이 마련된 것은 실질적 성과" 라고 분석. 김도형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간 교류의 측면에서 볼 때 서울~도쿄 일변도에서 벗어나 金대통령이 일본경제의 양대축인 간사이 (關西) 지방을 방문한 것은 새 발상전환" 이라고 점수를 주었다.

대중문화 개방에 대해서는 "개방자체는 시대적 대세" 라는 지적과 함께 "일본문화상품 수익의 일부분을 공적기금으로 떼어 전통문화 보존에 쓰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이원덕교수) 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안보협력]

이원덕 교수는 "북한 미사일 파동으로 대북 경수로 분담금 서명을 미뤄왔던 일본이 북.미 제네바합의 이행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은 외교적 성과" 라고 분석. 북한 미사일로 격앙된 일본내 여론을 추스리고 빠른 시일내에 제네바 합의 이행의 틀로 복귀할 근거가 마련된 때문이라는 것.

서동만교수도 "일본측 요구에 따라 국방장관회담 정례화 등 양국의 안보협의를 한층 강화한 반면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지지해 달라는 요구를 일본이 수용하는 균형과 절충을 이뤘다" 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일본측이 한반도 주변수역에서 '구난.수색을 위한 기뢰제거 등의 해상활동' 을 할 수 있게 한.일간의 후속 '가이드라인' 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 미사일의 여파로 북.일 수교문제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점도 향후 과제로 지적됐다.

徐교수는 "남북대화와 북.일 관계개선과의 함수관계가 빠른 시일내에 추가돼야 한다" 고 말했다.

[양국 미래관계 모델]

우리측이 천황 호칭, 적극적 어업협정타결 모색으로 '선제조치' 를 취해 일본의 신뢰를 얻고 미래동반자관계를 끌어낸 것은 외교적 성과라는 평가다.

서동만교수는 "줄 것은 주고 더 큰 협력을 끌어내자는 현 정부의 대일외교 방향은 긍정적" 이라고 했다.

이원덕교수는 "최근 미.일.중.러 등 4강의 정상회담이 잦아지며 남북한이 배제된 채 한반도문제를 그들끼리 논의하는 일이 잦아졌다" 며 "한.일 정상회담 정례화를 계기로 4강과의 제도화된 '수뇌회의' 의 틀을 보완해나가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이 미래에 지향해야 할 '관계모델' 이 공동선언에서 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도형 선임연구위원은 "느슨한 형태의 개방적 지역협력체 구성, 또는 '한.중.일 동북아공동협력체' 등을 최종목표로 지향하는 안도 검토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최훈 기자

[도움말 주신 분]

▶신용하 (愼鏞廈)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원덕 (李元德) 국민대 사회대 교수

▶서동만 (徐東晩)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김도형 (金都亨) 산업연구원 일본담당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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