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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음악 고액과외' 말뿐인 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심각한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학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고액 음악과외' 보도 (본지 9월 12일자 1, 5면)가 나간 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교육당국이 과연 과외 근절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될 정도다.

9일 편집국에 전화를 걸어온 한 예능계 수험생 학부모는 "신문 기사가 나간 뒤 오히려 '몸조심' 대가로 위험수당까지 붙는 바람에 과외비만 더 늘어났다" 고 분개했다.

돈으로 연주하는 '대입 행진곡' 이 소리만 잦아들었을 뿐이며, 누구도 연주를 멈추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신문기사에서 거론된 교수에게만 사실 여부를 물어봤을 뿐 그 이상의 조치는 취하려 하지 않고 사안을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간당 10만원 이상 줬다" 는 학생들의 말과 "예고 교장단이 모여 사례비로 정한 5만원만 받았다" 는 교수의 말이 엇갈리고 있지만 시비를 가릴 의지도 안보인다.

특히 문제가 된 교수들이 예능계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소인 예고에 대한 감사는 말만 나왔을 뿐 무산된 상태. 돈 많고 '빽' 있는 학부모들이 많아서인지 "어디다 대고 감히" 식의 학교측 반발에 시교육청의 감사는 소리 소문없이 쑥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고액 사례비를 받아가며 학생을 지도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를 단속할 법이 없는 게 아니다.

"많은 학생들을 어떻게 학교에서만 실기교육을 받게 하느냐" 는 예고측의 항변도 일리는 있다.

그렇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법을 고치든가, 아니면 대책을 세우든가 해야 하는데도 마냥 팔짱만 끼고 있을 뿐이다.

교육부 역시 신정부 초기 강경한 과외단속 의지를 밝혔으나 반년이 넘도록 내놓겠다던 불법과외 근절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입시를 몇달 안남겨둔 막판에 학부모들을 쥐어짜는 과외문제가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된다.

수사나 고발은 경찰이나 언론이 하더라도 매듭은 반드시 교육당국이 제도화를 통해 지어줘야 한다.

강홍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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