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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산 시나리오 … 600여 협력업체 “피해 줄이게 빨리 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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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쌍용차 평택공장 점거농성이 73일째를 맞은 2일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이 도장공장을 나와 파업현장을 떠나고 있다. [평택=김태성 기자]

쌍용자동차 노사의 협상 결렬로 파산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법정관리 일정상 쌍용차는 8월 중 생산을 재개해야 회생 가능성이 크다. 노조가 점거 파업을 풀더라도 최소 2~3주의 공장 정비기간이 필요해 이번에 협상이 타결됐어야 8월 중·하순께 생산이 가능해진다. 그래야 다음 달 15일로 예정된 ‘쌍용차 채권단 집회’에서 유리한 결정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협상 결렬로 다음 달 15일 쌍용차 채권단 집회 이전이라도 ‘파업 여파로 청산가치가 생존가치보다 높아졌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는 법정관리가 중단되고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파산의 길로 가나=쌍용자동차 600여 개 협력업체의 모임인 쌍용차 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은 “조기에 파산 절차를 밟고 ‘굿 쌍용’이라는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런 방안이 쌍용차를 살리는 최선이라고 의견이 모아져 5일 법원에 조기 파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도 조만간 ‘청산형 회생 계획안’ 제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를 실질적으로 해체해 청산하는 것으로 파산 신청과 같은 내용이다. 단지 파산 절차를 새로 시작하지 않고 현재 밟고 있는 회생절차 안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다르다. 쌍용차 관계자는 “파산 신청을 할 경우 현재의 기업 회생 절차가 종료되는데, 이 경우 관리인들이 물러나고 기존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경영권을 갖는 모순이 생긴다”고 밝혔다.

청산형 회생계획은 법원의 계획안 작성 허가와 채권단의 동의, 법원의 인가 등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는 자산을 처분한 뒤 이 자금으로 채권자들에게 돈을 나눠준다. 절차가 끝나면 회사는 해산·소멸한다.

협력업체와 회사 측이 파산을 거론하게 된 것은 쌍용차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지난달 31일까지 1만4590대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한 매출 손실도 3160억원에 달한다.

현재 법정관리 중이라 어음 결제를 할 수 없는 쌍용차는 매달 차를 팔아 원자재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파업에 따른 생산 중단으로 보유 현금은 거의 바닥난 상태다. 당장 노조가 파업을 풀어도 생산 재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협력업체 상당수가 휴업·폐업 중이어서 부품 공급망이 즉시 가동될지 불투명하다.

◆업계 파장에 촉각=쌍용차가 문을 닫게 되면 임직원 7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쌍용차 1차 협력업체의 수는 222개 업체 9만여 명이다. 이 중 쌍용차에만 납품하는 회사가 55곳이며 이들을 포함해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납품하는 회사는 71곳에 달한다. 쌍용차가 문을 닫고 이들 업체가 다른 납품처를 제때 찾지 못하면 대규모 실직사태가 예상된다.

쌍용차 의존도가 지역 경제의 15% 수준으로 추정되는 평택시도 피해를 볼 전망이다. 회사가 파산을 면하거나 청산 후 새 주인을 찾더라도 예전의 수준을 되찾으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분 51.3%를 가진 중국 상하이차는 물론 나머지 주주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쌍용차 소유 고객 100여만 명도 정비·수리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파산이 국내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쌍용차의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생산대수 기준으로 2.1%에 불과하다.

파산보다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GM이 파산을 통해 ‘뉴GM’으로 거듭났듯이 ‘굿(뉴) 쌍용’으로 재기한다면 충분한 생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심정택(자동차 컨설턴트)씨는 “쌍용차의 생산기술이 중국 업체보다 월등히 앞선 데다 전후방산업 연관 효과와 20만 명의 직간접 고용 인구를 계산하면 파산 여파가 너무 커 회생을 기본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녕·강병철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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