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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넥타이 푼 클래식을 만나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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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03면

1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를 중심으로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 사진은 낙산사에서 열린 무대. 2 덴마크 코펜하겐 교외에서 열리는 야외음악회3 미국 워싱턴주 컬럼비아강 상류에 위치한 야외음악당 고지(The Gorge)4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여름 무대인 블러섬 뮤직 센터5 워싱턴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여름 무대인 울프트랩 아트센터

매년 여름 수많은 관광객이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음악의 도시 빈을 방문하지만 정작 오페라 극장이나 콘서트홀은 오프 시즌이라 한산하다. 시청앞 광장에서 매일 밤 대형 스크린으로 음악회나 오페라 실황을 보여주는 야외 음악영화제로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가까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찾기도 하지만 티켓을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2007년부터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까지 빈 근교의 고성(古城)에서 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오스트리아 그라페넥 음악제를 중심으로 본 ‘야외 콘서트’

그라페넥 성(城)은 빈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다. 17세기부터 내려오던 귀족 가문의 성이다. 2000그루가 넘는 각종 침엽수, 잔디밭으로 둘러싸인 넓은 정원 위에는 영국풍으로 지은 저택이 들어서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5년까지 10년간 소련군 사령부로 사용되면서 몰골이 형편없어졌으나 최근 새 단장을 끝내고 음악은 물론 와인과 요리로 매년 여름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인구 283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 그라페넥이 속한 주정부는 2500만 유로(약 4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그라페넥을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다.

음악제 운영은 그라페넥 성의 소유주인 타실로 메테르니히 산도르가 맡았다(나폴레옹 전쟁 당시 유럽 굴지의 외교관으로 활약했던 메테르니히의 직계 후손이다). 예술감독은 빈 음악계의 터줏대감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63)가 맡았다. 그는 자신의 폭넓고 탄탄한 인맥을 총동원해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을 매년 여름 그라페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2007년 개막과 함께 넓은 잔디밭에 첨단 시설을 갖춘 야외음악당 ‘구름탑’을 500만 유로(약 100억원)를 들여 개관했다.

뾰족한 구름 모양으로 디자인한 무대 덮개는 나폴레옹이 쓰던 모자 같기도 하다. 거대한 야외 조각품 역할도 해낸다. 고정석은 1700석. 비스듬히 누워 피크닉을 즐기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잔디석까지 보태면 273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일몰 시간에 맞춰 시작하는 음악회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햇볕을 가려주기 위해 주최 측에서는 야외음악당 옆 26m 높이의 상공에 대형 풍선을 띄운다.

6 호주 멜버른에 있는 야외음악당 ‘사이드니 마이어 뮤직 볼’. 올해로 개관 50주년을 맞는다. 최대 3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2007년 축제 개막 공연 땐 비가 내렸다. 청중은 비옷을 입고 음악을 들어야 했고,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인어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나와 앙코르 곡으로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를 불렀다. 2008년에는 승마학교 바로 옆에 1372석짜리 콘서트홀이 문을 열었다. 비가 올 경우 야외음악당 공연을 이곳으로 옮겨서 하기 위한 대비 시설이다. 야외음악당 공연의 1~5등급에 해당하는 티켓에는 비가 올 때 장소를 옮기는 오디토리엄의 좌석번호가 함께 적혀 있다. 6등급 티켓 소지자는 입석, 7등급 티켓 소지자는 승마학교에 있는 대형 스크린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으로 예약 주문하면 25유로(약 4만5000원)짜리 도시락 바구니가 잔디석으로 배달된다. 테이블과 의자도 빌릴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4시30분에는 승마학교 강당에서 ‘프렐루드 콘서트’가 열린다. 해설을 곁들인 맛보기 공연이다. 축제 마지막 날인 일요일 오전 10시부터는 탄둔이 영화음악을 맡은 영화 ‘와호장룡’을 상영한다. 평상시에는 글라페넥 성의 잔디밭이 일반에 개방되지만 ‘구름탑’에서 야외음악회가 열리는 날에는 오후 3시부터 티켓 소지자만 들어갈 수 있다. 물론 출입구에 있는 술집은 언제나 열려 있다. 빈 도심에서 출발하는 왕복 셔틀 버스가 매일 운행한다. www.grafeneg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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