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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증시에 공모주도 맥 못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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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새로 얼굴을 내민 공모주마저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거래 첫날 주가가 가파르게 치솟는 '청약 프리미엄'은 실종되고, 오히려 공모가보다 10% 정도 싼 가격에 주식을 사달라는 개인투자자들의 '풋백 옵션' 행사가 증권사에 쇄도하고 있다.

상장이나 등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공모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공모주 다시 사달라"= 2일 거래소 시장에 상장된 동아에스텍은 거래 초반부터 주가가 떨어져 하한가까지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1320원으로 공모가(1700원)보다 22.4%나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한국경제TV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해 9350원을 기록했다. 공모가(1만600원)보다 11.8%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달 이후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에 공개된 기업은 모두 6개. 이중 공모가보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한 곳도 없다. LG필립스LCD 주가가 공모가보다 5.9% 떨어진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편이고, 나머지 기업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보다 10% 이상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공모주를 청약한 증권사(주간사.인수사)들을 상대로 자신들이 청약받은 주식을 되사달라는 풋백옵션 행사에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상장 또는 등록 후 한달간 공모가의 90%에 주식을 증권사에 되팔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이 약세를 거듭하자 풋백옵션을 청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발행시장도 급랭 조짐=겉보기에 발행시장은 아직 별 탈없이 작동 중이다. 거래소 시장에선 유니퀘스트가 오는 5일 신규 상장되고, 코스닥 시장에선 신성델타테크와 코아로직이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등록승인을 받은 기업만 17곳, 예비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18곳에 달한다.

코스닥위원회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위해 몇년씩 준비해온 기업들이 당장 공개일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동원증권 정일문 상무는 "최근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바람에 일부 증권사는 간신히 공모에 필요한 청약건수를 채울 정도로 사정이 좋지않다"며 "주가하락으로 공모 규모가 예상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 가을 이후 상장이나 등록을 노렸던 기업들이 멈칫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증권사들도 주가 하락으로 풋백옵션을 사야 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해 더 신중히 공모 기업을 고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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