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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었더니 … 한국 찾는 외국 환자 248%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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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시카고에 사는 동포 이안젤라(45·여)씨는 지난주 서울 한양대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씨는 여름휴가를 한국에서 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던 중 이 병원의 홍보 프로그램을 보고 검진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는 “솔직히 미국에서는 비싸고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종합검진을 받기 어렵다”며 “한국은 비행기 값을 포함한 여행비용이 빠질 만큼 비용이 싼 데다 의료수준도 높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병원이 이처럼 미국에서 환자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5월부터 병원의 환자 유치·알선 행위가 허용됐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규제가 풀리자마자 5월 13일부터 2주간 뉴욕·시카고·LA·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 미국의 5대 도시를 돌며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우선 동포들을 상대로 한국의 의료 수준을 알리고 병원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설명했다. 미국보다 훨씬 싼 의료비용에 대한 홍보도 빠뜨리지 않았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4월까지 두세 명 수준이던 해외 환자가 5월에 40명으로 늘더니 6월 58명, 7월 77명으로 불어났다.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조치가 성과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31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점검단 1차 회의를 열고 그간의 성과를 점검한 결과 지금까지 발표된 190개의 과제 중 118건이 이미 완료됐고 57건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재정부는 지난해 4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관광·교육·의료·미디어·연구개발 등 서비스 전 분야에 대한 규제를 풀고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가장 성과가 두드러진 게 의료관광 분야다.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의 병원을 찾은 외국 환자 수는 총 7900명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 한국을 찾은 해외환자 수는 2만7480명으로 248%나 늘었다. 올 5월부터 해외 환자 유치 활동도 허용되면서 이 같은 추세가 더 뚜렷해졌다. 국내 38개 의료기관이 결성한 국제의료서비스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5월 한 달에만 1061명의 해외 환자들이 이들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751명)에 비해 41%나 늘어난 수치다.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세금 부담을 줄인 성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개별소비세 2만1120원과 체육진흥기금 3000원을 전액 면제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소득세의 세율을 낮춰주자 지방 골프장들의 입장료가 3만2000원 정도 내려갔다. 그 결과 올 6월까지 입장객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12% 늘었다. 대신 해외 골프 관광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영리의료법인 허용과 국내에 있는 외국 교육기관의 이익 본국 송금 같은 서비스 산업의 핵심적인 규제 완화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기획재정부 양충모 서비스경제과장은 “규제를 푸니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며 “교육과 의료분야의 과제도 관계부처와의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께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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