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전 백인 여성과 결혼 ‘유죄’ 흑인 챔피언 잭 존슨 사후 명예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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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존슨과 그의 두 번째 부인 루실 캐머런.

백인 여성과의 결혼이 문제가 돼 투옥됐던 흑인 권투 선수 잭 존슨(1878∼1946년)에 대한 사후(死後) 사면 촉구 결의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고 AP통신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결의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사면 결정권은 그에게 있다. 결의안에는 “체육·문화·역사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부당하게 존슨의 명예를 훼손한 1913년 유죄 판결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지난달에는 상원에서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결의는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주도했다.

존슨은 미국의 인종 차별 역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1908년 세계 최초의 헤비급 흑인 챔피언이 됐다. 그는 3년 뒤 유명 사업가의 전처였던 백인 여성과 결혼했다. 그녀는 존슨의 폭행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이듬해 권총으로 자살했다. 존슨은 당시 매춘부 출신인 백인 여성 루실 캐머런과 사귀고 있었다. 미국 백인 사회에서는 그가 백인 여성을 농락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1912년 그는 매매춘 관련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두 달 뒤 캐머런과 결혼했다. 다음 해 유죄 판결을 받은 존슨은 곧바로 외국으로 도피했다가 1920년 귀국해 10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출소 후 다시 권투를 시작했으나 챔피언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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