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대그룹 구조조정안 제출]빅딜 갈피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대 그룹이 1일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에는 지난달 3일 발표한 사업구조조정 방안보다 다소 진전된 내용이 담겨 있다.

업종별 통합회사의 책임경영 주체를 선정했거나 선정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 역시 '미완성' 의 범주를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같다.

자율합의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임시봉합한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의 주문사항인 책임경영주체 선정문제에서 개운찮은 부분이 많다.

반도체.발전설비 등은 경영주체 선정을 외부평가기관에 맡겼으나 훗날 평가 결과에 대해 해당업체들이 승복할 지도 미지수다.

각 그룹이 경영권 문제에 집착하다보니 자구계획은 부실해졌고, 반도체.발전설비 부문은 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 경영주체 = 구조조정 방향이 결정된 5개 업종 가운데 항공기는 3사가 동일지분으로 단일법인을 세우되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기로 했고 정유는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를 인수하기로 확실히 구분이 됐다.

나머지 5개 중 철도차량.석유화학.선박엔진 등 3가지는 누가 경영권을 가질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어떻게 경영주체를 선정할 것인가' 에 대한 방법이 정해졌다.

철도차량은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자산가치 실사결과에 따라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되며, 석유화학은 현대.삼성이 일단 동일지분 (각 40%) 을 갖지만 외자유치를 많이 한 쪽이 경영권을 갖도록 합의해 치열한 유치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반도체와 발전설비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 자체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 평가에 따른 후유증 = 당사자간 합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책임경영주체 선정을 제3자에 위임하는 방안을 택한 경우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예컨대 반도체부문의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그동안 통합협상 과정에서 각자 다른 기준을 적용한 평가결과를 제시하면서 서로 우위를 주장해왔다.

따라서 외부평가기관이 자산가치 평가후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면 상대방이 쉽게 수긍할 것인지 문제다.

평가 근거에 대한 논란도 우려된다.

발전설비.선박용엔진 역시 후속작업이 늦어지면 한중 민영화 일정과 맞물려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

◇ 촉박한 시일 = 전경련은 외부평가기관의 실사를 받아야 할 업종에 대해 실사작업을 11월말까지 끝내고 연말까지 단일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해당기업에 대한 자산가치 실사만 해도 3~4개월이 걸린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자구계획을 마련해야 할 반도체.발전설비는 더욱 다급하다.

이미 합의가 이뤄진 업종의 자구계획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아 앞으로 주채권은행의 심사과정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