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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는 잠시 잊어라, 이탈리아 뮤지컬이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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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스런 뮤지컬.

이탈리아 뮤지컬이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다음달 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일 삐노끼오’가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배우들이 직접 출연하는 오리지널 공연이다. 이탈리아라면 오페라의 본고장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들이 만든 뮤지컬은 기존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혹은 프랑스 뮤지컬과 다른 색깔을 낼 터. 결론부터 말하면 “음악은 쿵쿵 뛰고, 무대는 품격을 갖춰” 만든 게 이탈리아 뮤지컬의 특징이다.

‘피노키오’의 코를 무대에서도 크게 만들 수 있을까. 제작사는 “특수 효과가 아니라 그림자로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은 장난감 나라로 간 피노키오(中)가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장면 . [SMI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탈리아판 ‘명성황후’

‘일 삐노끼오’. 이름이 어렵다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노키오’가 맞다. 국내 제작사측은 뮤지컬 ‘피노키오’라고 하면 아동용 뮤지컬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아 이탈리아 원어를 그대로 사용했단다. 반도 국가인 이탈리아는 국민 정서에서 한국과 비슷하다고들 한다. 공교롭게도 뮤지컬 시장도 한국과 흡사한 점이 많다. 이탈리아에서 뮤지컬 제작이 시작된 건 1980년대 후반이다. 주로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을 라이선스 형식으로 올렸다.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인 ‘리틀 숍 오브 호러’가 제작됐고, 90년엔 ‘코러스 라인’이 무대에 올랐다. 이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가씨와 건달들’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전통적인 작품이 잇따라 무대화됐다.

‘일 삐노끼오’는 2003년에 초연됐다. 우리로 치면 ‘명성황후’에 해당할 만큼 이탈리아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이 올라가기까지엔 사베리오 마르코니(61) 연출가의 공이 컸다. 본래 영화감독이었던 그는 일찌기 뮤지컬의 미학성과 산업성을 간파하고 83년 ‘랜시아’라는 회사를 만들어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또한 뮤지컬 학교까지 설립해 가수나 오페라 배우가 아닌, 전문 뮤지컬 배우를 키워 나갔다. ‘일 삐노끼오’의 주인공으로, 이탈리아내 최고 인기 뮤지컬 배우인 마누엘 쁘라티니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일 삐노끼오’가 만들어지면서 이탈리아도 마침내 브로드웨이의 그림자를 벗어나 독창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신나는 음악, 긴박한 무대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노래로 극을 전개시킨다. 반면 이탈리아 뮤지컬에서 노래는 ‘요약편’에 해당한다. 배우들이 하는 연기에 스토리는 다 포함돼 있고, 노래는 그걸 최종적으로 종합,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특징은 ‘일 삐노끼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전자음은 배제한 채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감성을 건드린 점이 돋보인다. 작품엔 모두 22곡이 나온다. 장르도 다양하다. 록 발라드부터 힙합·칸초네·라틴 음악 등을 다채롭게 선사한다.

무엇보다 ‘일 삐노끼오’의 최대 무기는 무대다. 작품은 안개가 자욱한 숲으로 막을 연다. 곧바로 천둥이 내려치더니 목공소가 등장하고, 곧이어 학교로 변환하는 등 숨가쁘게 장면을 전환시킨다. 마치 필름을 빨리 돌리듯 긴박한 변화에도 사실적인 무대 덕분에 작품엔 서정성이 스며 있다. 알록달록한 의상은 무려 400여벌이나 된다고 한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파스텔톤의 세련된 무대 덕분에 원작의 동화적 상상력이 인문학적인 향기를 품게 됐다”고 평했다.

◆공연메모=8월7∼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2시·6시/ 4만∼12만원/ 02-3461-0976, 1588-789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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