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유창혁-조치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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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폭파 전문가의 승리

총보 (1~237) =본선 첫판에서 만난 조치훈9단과 유창혁9단. 누군가 한사람은 쓰러져야 할 운명이지만 막상 劉9단의 패배가 결정되고 보니 아쉽기 짝이 없다.

劉9단은 제1기 대회때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종반에 대착각을 범하는 바람에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依田紀基) 9단에게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그 이후 세계대회 결승전에서만 두번을 더 지고 심신이 타버린 재처럼 가라앉은 劉9단에게 이번 본선 첫판의 탈락은 또 한번의 충격이었을 것이다.

劉9단이 탁월한 승부사답게 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기를 바랄 뿐이다.

돌이켜보건대 趙9단의 승착은 45의 침투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수를 옮긴 것이 '참고도' 흑1이다.

사방이 백 천지인데 趙9단은 '폭파 전문가' 라는 별명 그대로 저 안쪽까지 깊숙이 뛰어들었고 劉9단의 공격을 뿌리치고 멋진 타개에 성공했다.

보통이라면 백은 이 정도에서 무너지게 마련이지만 劉9단은 절묘하게 따라붙었고 116에 이르러 드디어 중앙을 승부처로 삼을 수 있게 됐다.

119는 노림수를 간과한 실착이었고 그리하여 122가 터지면서 바둑은 역전 무드로 돌아섰다.

그러나 劉9단은 누누이 말했던 것처럼 131에 두어야 할 자리에서 130에 끊는 바람에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장고 끝에 떨어진 130의 패착이 최근 劉9단의 비운을 말해준다 (118=112, 182=127, 224=94, 225=175, 227=38, 231=103, 237=176) .237수 끝, 흑 불계승.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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