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감독위원회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조건부승인 은행 및 부실보험사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또 5개 퇴출은행의 자산실사 결과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한가지. 민간 금융기관의 경영비밀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합병이나 외자유치 과정에서 상대방의 이름이 공개돼 협상이 깨지는 수도 있다.
또 세부적인 경영전략이 공개되면 경쟁은행이 역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금감위의 이런 설명에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배려' 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은 살아남기 위해 재정지원을 꼭 받아야 할 형편들이다.
이들이 만든 경영정상화계획이란 국민세금을 지원받는 대가와 조건을 정한 '약속' 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돈을 내준 일반 국민들은 그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또 금감위가 약속이행상황을 제대로 점검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금감위는 이미 금융기관에 대한 공시제도를 강화해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7월엔 퇴출을 모면한 조건부 승인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을 낱낱이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던 금감위가 이제 와 이들의 자구계획에 '보안유지' 란 딱지를 붙여버렸다.
비공개로 일관할 경우 투명성이 보장 되지 않는 점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얼마전에는 우량은행의 BIS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더니 이제는 아예 '밀실행정' 에 맛을 들일 참이다.
지금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개별 금융기관의 민감한 경영기밀이 아니다.
부실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또 감독은 잘 하고 있는지, 알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감춘다면 누가 세 (稅) 를 부담하는 데 동의하겠는가.
남윤호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