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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의원들도 장기 기증 서약 생명나눔 확산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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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현직 국회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7대 국회 등원기념 장기기증 등록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 모두 35명이 장기 기증 신청서를 제출하고 주민등록증에 장기 기증 식별 스티커를 붙였다.

또 행사에 참여한 의원들은 앞으로 국회 내에서 장기 기증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이사장 한정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장기 기증률은 전체 국민의 1%에도 미치치 못하는 미미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가뭄에 콩 나듯 장기 기증자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악조건하에서 의원들이 솔선수범해 장기를 기증하기로 천명한 것은 소외와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시름하는 수만명의 국내 장기 이식 대상자들에게 희망과 큰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아름다운 행위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의하면 7월 현재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등록한 장기 기증 희망자는 36만여명이며, 그동안 기증자들에 의해 신장.간 등을 기증받는 등 혜택을 본 환우는 880여명에 이른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기의 신체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한다는 것은 일종의 자기 희생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또한 사람으로서 행할 수 있는 최고의 헌신이요, 품격 높은 사랑의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의 장기 기증으로 죽어가는 또 다른 한 생명이 다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건강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만큼 좋은 일이 이 세상 또 어디에 있겠는가.

외국의 경우 각계 지도층이 솔선해 장기 기증을 하는 행위가 일상화돼 있지만 우리는 아직 활발하지 못한 처지에 있는데, 다행히 17대 여야 국회 의원들이 원 구성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 기증에 앞장서고 있음은 좋은 징조임에 틀림없다.

이번 국회 의원들의 장기 기증 행사는 드물게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사회 지도층인 정치인들이 생명을 나누고 이웃 사랑 실천에 몸소 앞장섰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보며, 장기 기증을 꺼리는 일반인의 인식 변화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이웃 사랑 장기 기증 행사가 각계각층으로 널리 확산돼 사랑의 장기 기증을 통한 이웃 사랑 실천이 전국적으로, 범국민적 행사로 널리 퍼지고 이를 실천해나가는 일련의 아름다운 행사로 발전했으면 한다.

박동현 서울 구로구 구로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