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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아나 형제 경영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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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신문로 그룹 본사에서 경영 퇴진을 밝히는 기자회견 도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최승식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64)·박찬구(61) 형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고 전문경영인 박찬법(64)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로써 창업주-장남-차남-3남에 걸친 금호아시아나의 가족 경영 전통이 막을 내리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석유화학부문 회장인 박찬구 회장을 경영에서 손 떼게 하고 동생이 해임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도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찬법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해 경영을 할 것”이라며 “그룹에 대한 본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일사불란한 경영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덧붙였다. 박삼구·찬구 회장은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5남3녀 중 3남과 4남이며,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은 1969년 입사해 40년 넘게 근무한 전문경영인이다.

이에 앞서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박삼구 회장 측은 장남인 고 박성용, 차남인 고 박정구 회장 자녀의 지분까지 합해 총 28.18%에 이르는 지분으로 박찬구 회장의 대표직 해임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사회에 참석했던 박찬구 회장은 이에 불복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는 게 익명을 요구한 측근들의 설명이다.

재계 8위인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자금난에 몰려 최근 재매각을 결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그의 아들인 박준경 금호타이어 부장과 함께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렸다. 이전까지만 해도 박삼구 회장 부자와 박찬구 회장 부자는 똑같이 10.01%씩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이 있었다. 이에 대응해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렸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재 박찬구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8.47%이고, 박삼구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1.76%로 무게 중심이 동생 쪽으로 기울었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그동안 형제들이 계열사 주식에 대해 균등 출자하고 그룹 회장을 추대해 결속했지만, 최근 동생이 이 같은 가족 간 합의를 위반해 정상적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 (문제가 있어) 그룹 발전과 장래를 위해 해임 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이 그동안 금호아시아나의 형제간 우애에 대해 격려해 주셨지만 부끄러운 형제 관계가 됐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병철·김창규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1946년 고 박인천 창업주가 17만원으로 미국산 중고 택시 두 대를 사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태동했다. 60년 금호타이어 등을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해 73년 금호그룹 체제를 출범시켰다. 88년 아시아나항공을 설립했다. 2002년 박정구 회장이 타계한 뒤 박삼구 회장이 4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재계 순위(자산기준) 8위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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