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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당서 한국전쟁 정전 56돌 리셉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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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가 사랑하는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사당에서 열린 6·25 정전 기념 리셉션장.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샘 존슨 하원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찰스 랭글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했던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법이 24일 상·하원을 통과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다.

랭글 위원장은 한국전 당시 미 2사단 병사로 참전해 여러 차례 사선을 넘은 20선 중진 의원이다. 1950년 11월 30일 미군이 청천강 이남으로 후퇴할 당시 혹한 속에 중공군에 포위된 채 사흘간 전투를 치렀고, 당시 절반 이상의 부대원이 전사하는 슬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의 공세에 맞서 한국인들을 구해 내려 했다. 그게 우리의 뜻이었다”며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국가 중 하나가 된 데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구가해 우리의 뜻은 아름답게 구현됐다”고 강조했다.

한국전 참전 용사인 존슨과 하워드 코블 하원의원, 미 전역에서 모여든 6·25 참전용사들과 한인단체 대표,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 등 100여 명은 ‘아리랑’을 합창하며 어깨를 껴안기도 했다.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이 아닌 ‘살아 있는 전쟁’이란 속삭임이 행사장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은 한국전 정전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것이 골자다. 이로써 새해 첫날 등 18개 기념일에 성조기를 걸어 온 미국에서 한국전 정전 기념일에도 국기를 게양하게 됐다. 실제로 이날 미 연방정부 주요 건물엔 일제히 성조기 반기(半旗)가 나부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성조기 반기 게양과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의 의회 통과에 대해 ‘긴밀한 한·미 동맹 재확인’이란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본다. 한국전 정전 기념일에 성조기가 걸린 게 처음은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인 88년부터 2003년까지 13차례 이뤄졌으나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후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다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롭게 재개된 것이다. 한국전 참전용사 인정법 역시 한국전 발발 50주년인 2000년 이후 여러 차례 의회에 상정됐으나 부결되곤 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반대 없는 기권 12표만으로 상원을 통과해 크게 달라진 워싱턴의 분위기를 보여 줬다.

◆영국 참전용사들도 모여 애국가 제창=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의 한국전 참전 노병 400여 명과 가족 등 700여 명도 2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250㎞ 떨어진 스태퍼드셔 지역의 국립전쟁기념공원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애국가를 불렀다. 이날 행사는 정전 5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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