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조 백일장]차상.침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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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침체기

날 세운 겨울밤이 저벅저벅 오고 있다

숨가쁜 메시지를 타전하는 나뭇가지

한 가닥 굴뚝연기가 끊어질 듯 가물댄다.

난시청 배음마냥 철거덕대는 기계소리

땀냄새 흠뻑 배인 공구들이 앓아 눕고

기름때 질펀한 일손 소주잔을 비워낸다.

찌그러진 자화상이 걸려 있는 인력시장

수태한 그믐달이 하얗게 웃고 있다

수렁 속 표적을 겨눈 시린 눈빛 곧추선다.

추창호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동 문현지구 65b10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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