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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뚫린 수비…"넣으면 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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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이동국(中)과 설기현(右) 등 한국 선수들이 이란과의 8강전에서 3-4로 아깝게 진 뒤 허탈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 나오고 있다. [지난=연합]

한국이 이란의 벽을 넘지 못하고 44년 만의 아시안컵 축구대회 우승 꿈을 다시 접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지난달 31일 중국 지난의 산둥스포츠센터 경기장에서 벌어진 8강전에서 이란의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3-4로 졌다.

4강전은 중국-이란, 일본-바레인의 대결로 압축됐다.

지난 6월 말 부임, 보름 정도의 훈련을 거쳐 아시안컵에 도전한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공격력 강화에 훈련의 초점을 맞췄다.

결국 네 경기에서 9골을 터뜨린 공격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조별리그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수비의 문제점은 이란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주전 경쟁의 중요성과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오는 9월(베트남), 10월(레바논), 11월(몰디브) 독일 월드컵 2차 예선을 치러야 할 본프레레 감독의 과제다.

2002년 이후 대표팀은 월드컵 멤버 중심으로 운영됐다. 움베르투 코엘류 전 감독은 부임 초기 우성용.김상식.박진섭.이동국 등 월드컵에 나가지 않았던 새 얼굴을 대표팀에 불렀지만 이들은 벤치 멤버였다. 대표팀 내부의 경쟁 실종은 주전들의 정신력 약화로 이어졌고, 오만 쇼크와 몰디브 쇼크를 맛봤다.

이번 대회에서 본프레레 감독은 '붙박이 주전'을 없앴다. 경쟁은 역시 상승 효과를 발휘했다. 공격라인의 '얼굴' 안정환은 후반 교체멤버로 나왔고, 대신 이동국이 선발을 꿰찼다. 교체 전문 차두리도 선발로 자리를 바꿨다. 본프레레 감독은 "기존 대표팀과 올림픽팀을 저울질해 일부 선수를 바꿀 것"이라며 아테네 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노쇠한 수비진의 세대교체는 급선무로 떠올랐다. "나이가 들면서 부상 회복이 더디다"던 김태영은 대회 내내 수비진 구성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진철과 이민성은 이란전에서 발 빠른 상대를 번번이 놓쳤다. 주전경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세대교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한편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아시안컵과 올림픽이 겹치는 것을 피해 다음 대회를 1년 당겨 2007년에 열기로 결정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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