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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일제·군사독재 유산 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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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거사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무더위만큼이나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사 청산을 위해 당내에 가칭'진실과 화해, 미래위원회'를 구성한 뒤 한나라당과 함께 머리를 맞대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개혁세력이 다수당이 아니었을 때는 일제.냉전.군사독재 시대의 어두운 유산을 정리하지 못했으나 이제는 늦었더라도 털고 가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포괄적인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여당 대표가 이를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과거사 청산은 여당이 일방적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당내 기구를 통해 논의한 뒤 야당도 참여해 같이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을 '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여당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여당이 말하는'과거사 들추기'는 결국 '박근혜 죽이기'로 이어지는 고도의 정치공작"이라는 게 이한구 정책위의장, 김형오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들의 주장이다.

임태희 대변인은 "과거사를 얘기하자면 우리도 김대업 병풍 조작, 이회창 후보 20만달러 수수설 등 지난 대선 때 여권이 공세를 편 것 중 허위로 드러난 여러 사건에 대해 할 말이 많다"면서 "그럼에도 우리가 이를 쟁점화하지 않는 것은 과거사를 파헤치는 일이 국회의 본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마련한 '링'엔 올라갈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내 일부 소장파 의원 사이에선 "박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과거사 문제를 털고 가는 게 본인과 당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여권이 박 대표를 마구 공격하고 박 대표 자신도 그에 반응하면서 특유의'절제된 리더십'이 다소 헝클어진 것 아니냐"며 "박 대표가 유신에 대해선 사과하는 것도 이 문제를 정리하는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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